‘3代세습 올무’에 걸려 從北본색 드러낸 ‘민노당’


북한의 3대(代) 세습이 남한의 진보·좌파 정당인 민주노동당에게 ‘올무’가 되고 있다.



지난 달 28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의 삼남 김정은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감투를 씌어줌으로써 3대에 걸친 후계세습을 공식화했다.



이를 놓고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봉건왕조시대에나 가능했던 3대 세습은 그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죽했으면 진보성향의 정당과 학자들마저도 북한의 3대 세습에는 한목소리로 비난했을 정도다.



진보신당은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나 현대 민주주의의 일반적 정신 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매우 아쉽다”고 했고,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진보적 북한민주화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도 자의든 타의든 뒤늦게나마 “정당성 없는 권력의 대물림은 민주주의의 장애물이며 이는 남북한 주민들의 화해와 협력에도 적지 않은 장애와 혼선을 초래할 것”이라며 3대 세습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종북주의(從北主義)’ 논란 끝에 지난 2008년 분당의 아픔을 맛봤던 민주노동당(민노당)의 경우 여전히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와는 괴리감이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노당은 지난달 29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당대표자회가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 그리고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길 희망한다”면서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당 부설 정책연구소 새세상연구소 박경순 부소장은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 분석과 전망’이란 제목의 글에서 “김정은 선출 과정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다”면서 “북한은 나름대로 독특한 후계자론을 갖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정치이론과 북한 체제 옹호이론으로서 후계자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험을 놓고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의 동의를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민노당의 무비판적 태도가 이어지자 진보적 목소리를 주요하게 다뤄왔던 경향신문마저 이례적으로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며, 민노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북한 사람 누가 21세기 한반도 북쪽에 왕조의 탄생을 바랐겠느냐”는 것이다.



박경순 부소장은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 “비이성적 (언론매체의) 행태가 이번 북한 대표자회를 차분히 분석 평가하고,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협력, 남북 통일과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올바른 대응 방향을 찾는 노력을 가로막고 있다”며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민노당은 ‘종북주의’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색깔론’으로 받아치며 아슬아슬하게 빗겨갔다. 때문에 분당사태 이후 지난 2년여간 북한 관련 언행을 자제하며 몸을 바짝 사렸다. 그러다 어처구니 없게도 3대 세습이라는 올무에 걸려들어 본색을 들어내고 있다.



도덕적으나 정치적으로 그 어떠한 명분도 실리도 얻을 수 없는 3대 세습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놓지 못함으로써, 그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정권창출을 목표로 하는 공당(公黨)으로서의 생명력 또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우리는 결코 종북주의 정당이 아니다”는 민노당의 강변을 그대로 믿어줄리 만무하다. 인민들에 대한 강압정치로 3대에 걸친 야만적 독재세습을 시도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비판적 논평하나 내놓지 못하는 민노당을 누가 거들떠나 보겠는가.



차라리 국민 앞에 태생적으로 김일성-김정일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밝힐 수 없는 종북주의 정당임을 솔직하게 커밍아웃하는 게 어떨까.



지금이라도 “북한관련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진보진영 역시 정상적인 조직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의 지적을 민노당은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