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을 ‘경제적 돌파구’로 보는 北 청년들, 결혼 서두른다

이탈 차단 의도에서 파견 노동자 선발 때 미혼보다 기혼 우선시…청년들 의도적으로 결혼 앞당겨

2019년 10월 15일 단둥 조중우의교 북한 여성 노동자들
2019년 10월 북한 여성들을 태운 버스가 조중우의교를 건너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국 단둥으로 출근하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로 추정된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지역에서 청년들이 해외 파견 노동자로 선발되기 위해 결혼을 서두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 해외 파견이 경제적 돌파구로 떠오르면서 선발 가능성을 높이려 의도적으로 결혼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함경북도 내 시·군들에서 해외에 돈 벌러 나가기 위해 서둘러 결혼하는 청년들이 있다”며 “요즘 청년들에게는 해외에 나가는 것이 하나의 추세처럼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로 파견된 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데다 최근에도 추가 파견을 위한 인원 모집이 이어지면서 김책시와 회령시, 길주군 등 일부 지역 청년들 사이에서 해외 파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에서 해외 파견 노동자로 선발되려면 출신 성분과 사상, 결혼 여부,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엄격한 검증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 출신 성분에 특별한 문제가 없더라도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외부 영상물을 시청하다 처벌받은 전력이 있거나 건강상 결함이 있으면 선발 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결혼 여부는 최종 선발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조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미혼자는 기혼자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후보에 머물거나 최종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혼자를 우선하는 데는 해외 파견 노동자의 현지 이탈(탈북)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해외에 나간 사람이 도망칠 가능성을 고려해 결혼한 사람을 우선으로 뽑는다”며 “배우자와 자녀가 여기(북한)에 남아 있으면 사상적으로 문제 되는 행동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김책시에서는 해외 파견 대상자로 거론됐던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최종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신 성분이나 건강 등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미혼이라는 점이 최종 선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해외 파견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선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서둘러 결혼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전 몇 년간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해외 파견 자격을 얻기 위해 결혼을 앞당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북한 내부에서 청년들이 스스로 돈을 벌어 목돈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서는 경제력이 좋은 집안이 아니면 청년들이 혼자 힘으로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며 “밑돈(밑천)이 없으면 장사를 하더라도 물건을 외상으로 받아서 해야 하는데, 돈대(환율)가 계속 오르다 보니 물건을 팔아 갚고 나면 결국에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해외 파견은 비교적 단기간에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것이 청년들의 결혼에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일부 청년들이 충분한 고려 없이 오로지 해외 파견 자격을 갖추는 것에 목적을 두고 서둘러 결혼하고 있다”며 “대체로 이런 경우 결혼 조건은 둘 중 조건이 되는 사람이 해외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성세대들 사이에서는 향후 이들의 결혼생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편, 탈북민 가족 등 출신 성분이 좋지 않은 청년들은 애초에 해외 파견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면서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성분 때문에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청년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경제적 기회가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그런 이들에게 조직 생활에 성실히 참가하라고 요구한들 얼마나 자발적으로 따르겠느냐. 오히려 이것이 국가나 조직에 대한 불만과 반발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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