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잡는다며 장마당·역전 주변 개인 집 상행위 단속 강화

집에서 간단한 먹거리 판매, 짐 보관 등으로 생계 이어가는 주민들 "장사판 완전히 죽었다” 하소연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에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띄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최근 양강도에서 장마당과 역전 주변의 노점상은 물론 개인 집에서 음식 판매나 짐 보관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사판이 완전히 죽었다”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길거리 장사뿐만 아니라 장마당과 역전 주변에서 음식을 팔거나 짐을 보관해 주는 개인 집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며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단속이 언제쯤 잠잠해질지도 알 수 없어 주민들 속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장마당 주변에서는 개인 집에서 국수와 떡, 아이스크림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팔거나 상인들의 장삿짐을 맡아주며 돈벌이하는 주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개인 집에서 신발과 자전거를 수리해 주며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당국은 국영 시설이 버젓이 있는데도 개인이 허가 없이 상행위를 해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이를 ‘비사회주의’로 규정하고 단속해 왔다. 다만 그동안의 단속이 사실상 형식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층 강도 높게 이뤄지면서 개인 집을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던 주민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소식통은 “안전원과 동사무장, 여맹위원장이 몰려다니면서 ‘지금까지 망치가 약했다’, ‘봐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으름장을 놓고 있어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혜산역 주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간단한 음식을 팔거나 짐을 보관·운반해 주던 주민들이 단속 때문에 먹고살 길이 막힌 것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운이 좋으면 하루에 쌀 1㎏을 살 정도의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국수 1㎏ 값도 벌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며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장사까지 못 하게 하니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단속의 바람은 외곽 지역으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실제 장마당, 역전이 있는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진 혜명동과 련봉동 등에서도 개인 집 장사에 대한 단속이 전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 지역에는 개인 집에서 옷이나 가구를 제작하고 자전거·변압기를 수리하는 가내 수공업 및 서비스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데, 이번 단속으로 일감이 확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소식통은 “국가의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영역에서만 장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국영 상점이나 식당, 편의봉사시설만으로는 주민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며 “비공식 장사를 무리하게 막으면 은밀한 거래만 늘어나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주민들만 더 살기 힘들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Previous article정치범수용소 수감자 1년 새 4만 4300여 명↓…사망·해제 등 겹쳐
Next article법기관 간부 가족 장사 행위 금지…오히려 ‘음성화’ 부추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