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증명서 발급 뇌물 ‘껑충’…비리 단속이 오히려 위험비용 키워

과거 담배 한두 보루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500~2000위안 건네야…"돈 없으면 앉아서 굶는다" 푸념

함경북도 상삼봉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필요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최소 500위안에서 많게는 2000위안 상당의 뇌물이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간부 비리 단속 강화로 적발 위험이 커지자 이른바 ‘위험비용’까지 더해져 뇌물 액수가 크게 뛰었다는 전언이다.

2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서 다른 도(道)로 가기 위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데 드는 뇌물 비용이 크게 올랐다”며 “과거에는 담배 한두 보루면 됐지만 지금은 최소 500위안은 줘야 해 돈 없는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회령시의 한 주민은 장사 목적으로 내륙 지역에 가기 위해 여행증명서를 신청하면서 담당자에게 1500위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한 보루에 100~130위안 하는 담배 한두 보루면 비교적 빠르게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 그 정도는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여행증명서 발급 과정에서 오가는 뇌물 액수가 크게 오른 주요 배경 중 하나로는 북한 당국의 부정부패 단속 강화가 꼽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간부들의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여행증명서 발급 시 신청자의 이동 사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승인하라는 지시도 계속 내려오고 있는 한편, 올해 들어 뇌물수수로 해임·철직되는 간부들이 잇따르면서 여행증명서 발급 담당자들도 위험부담의 대가로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여행증명서 발급 자체가 매우 까다로워진 데다 잘못하면 해임·철직될 수 있어 관련 간부들이 예전보다 많은 돈을 요구한다”며 “특히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1500위안에서 많게는 2000위안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주민이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시·군 안전부에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통상 친인척의 결혼식, 장례식 등 경조사가 여행증명서 발급 사유로 인정된다.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 배급제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오가는 일이 늘었고, 장사를 목적으로 한 이동의 경우 정식 여행증명서를 받기 어려워 뇌물을 주고 발급받는 관행이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뇌물 액수에 따라 여행증명서 발급 속도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고 한다. 도매업자 등 비교적 큰 수익을 올리는 주민들은 1000위안 이상의 뇌물을 건네 하루이틀 만에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기도 하지만, 충분한 돈이나 인맥이 없는 주민들은 열흘에서 보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한 번 발급받은 여행증명서를 두세 차례 다시 사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현지 안전부에서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주민들은 확인 도장을 받지 않은 채 같은 증명서를 재사용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마저도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적발됐을 때 뇌물을 주고 운 좋게 풀려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집결소로 끌려가 거주지 안전부에서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단련대 처벌로까지 이어진다.

이 같은 상황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돈 없으면 장사하러 이동하는 것조차 어려워 앉아서 굶어 죽어야 할 판”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간부들이 뇌물을 받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비리 처벌만 강화해서는 뇌물이 사라지기 어렵다”며 “오히려 위험이 커진 만큼 뇌물 액수만 높아질 뿐이고, 결국 그 피해와 부담은 오롯이 주민들이 짊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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