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북러 조약(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2주년을 맞아 남포시에 이례적인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침에는 단순히 북러 친선을 과시하는 수준을 넘어 행정·산업·보건 체계 전반을 북러관계 및 협력 강화 기조에 맞춰 재편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중앙당 선전선동부가 조로(북러) 조약 체결 2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 남포시당에 구체적인 지시문을 내려보냈다”며 “이번 지시문에는 외교적 친선을강조하는 차원을 넘어 내부 체계를 로씨야(러시아) 맞춤형으로 정비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시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러시아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전사자 및 부상자 가족을 ‘전시 공신(功臣)’에 준해 특별 관리하고 우대하라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중앙당은 이들 가족에게 남포시 내 특각 공급 물자를 우선 배정하고 자녀들의 상급 학교 진학을 보장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러시아 전선에서 국가를 위해 피 흘린 이들을 ‘공화국 영웅’으로 예우함으로써 파병과 관련한 내부 불만과 동요를 잠재우고 충성심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시문에는 남포항을 비롯한 관내 주요 무역항과 대러 물자 생산 기업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어 기초 회화 및 실무 용어’를 의무적으로 학습시키라는 이례적 내용이 담겼다.
대러 군수·경제 물자 교역량이 커지자, 현장 노동자들이 러시아 측 검수원이나 기술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러시아어 학습 체계를 구축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목할 내용은 보건·의료 분야에 러시아식 최신 의료 표준과 설비 운용법을 도입하라는 지시다. 이와 관련해서는 러시아로부터 도입될 첨단 의료 기자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남포시 의학대학과 대형 병원 의사들을 중심으로 러시아 의료 기술 전수반을 조직하라는 점이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보건의료 체계의 대러 의존도를 본격적으로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중앙당은 사상 교양 분야에서도 러시아와의 대미 공동 전선을 강조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남포시 내 청년동맹원들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미제와 그 추종 세력들에 맞서 싸우는 내용의 러시아 전쟁 영화와 선전물을 정기적으로 상영하고, 이를 사상 교양 사업의 필수 교재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러시아가 치르고 있는 전쟁의 정당성을 주민들에게 주입하고 양국이 하나의 참호에서 맞서 싸우고 있다는 동질감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파병군 가족 우대, 러시아어 교육, 보건의료 협력, 러시아 선전물 활용 등 전례 없는 지시가 한꺼번에 내려오자, 남포시 현지 당 간부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소식통은 “현지에서는 단순히 국가 간 협력 수준이 아니라 우리 체제 자체를 로씨야 체제에 끼워 맞추려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며 “일부 간부들은 조로 관계의 성격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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