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등장하는 한국 영상물 보다 적발된 청년에 ‘십자포화’

염주오리공장 19세 청년 종업원 사상투쟁회의에서 집중 비판 받아…"집에서 노트텔 보는 것도 주의"

북한이 제작한 ‘수도에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강도 높이 벌려나가자’는 제목의 영상물 화면 캡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혐의로 대중 앞에서 공개 비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북도 염주군에 위치한 염주오리공장에서 한국영화를 시청한 청년 종업원에 대한 공개 사상투쟁회의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염주오리공장의 모든 간부들과 종업원들, 심지어 종업원 가족들까지 전부 참여하에 ‘종업원들의 사상적 해이 현상, 반사회주의 현상과 단호한 투쟁을 벌일 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공개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번 공개 사상투쟁회의는 앞서 한국 영상물을 보다가 적발된 공장 소속의 한 청년 종업원을 단죄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문제시된 청년 종업원은 19세 남성으로, 본래는 올해 군대 초모 대상이었으나 입대 직전 손가락 부상을 당하면서 신체적 결함으로 입대하지 못하고 염주오리공장에서 사양공 실습을 받아왔다.

이 청년 종업원은 지난달 중순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중 오리 축사 안에서 몰래 노트텔(휴대용 영상 재생기기)로 한국 영상물을 시청했다가 순찰 중이던 군(郡) 안전부 소속 안전원에게 적발됐다.

그가 당시 보고 있던 한국 영상물은 한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등장하는 영상이었는데, 탈북민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좋은 집과 교육을 제공받아 잘 정착해 살고 있다는 내용의 영상이어서 더욱 사안이 중대하게 다뤄졌다.

군 안전부는 즉각 이 청년을 구류해 해당 영상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누구와 공유했는지 등을 조사하며 연루자 색출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평소 이 청년 종업원과 가깝게 지내던 한 청년이 함께 영상물을 봤다며 자수했고, 군 안전부는 이에 이 청년도 붙잡아 조사를 벌였다. 다만 자수한 청년은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 8일 만에 교양처리로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달 말 염주오리공장에서 공개 사상투쟁회의가 열렸고, 청년 종업원은 이날 무대에 세워져 공장의 간부들과 종업원들, 그리고 종업원 가족 대표들로부터 사상적 해이에 대한 공개 비판을 받았다.

이날 일부 종업원들은 “사상이 나쁘니 일부러 군대 안 가려고 손가락을 부러뜨린 것이다”, “이런 자를 그냥 두었다가는 공장 전체가 사상적으로 무장해제가 될 것”이라며 이 청년을 집중 비판했다.

청년은 끌려 나온 자리에서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울먹였는데, 이에 일부 주민들은 “19살이면 아직 성숙하지 못한 나이인데 너무 매몰차게 몰아붙인다”며 이 청년에 대해 십자포화를 쏟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숙한 분위기로 일관된 사상투쟁회의는 종업원들에게 날선 경계심을 갖게 했다”면서도 “회의가 끝나자 몇몇 종업원들은 ‘가정에서 노트텔 보는 것도 주의해야겠다’며 두렵고 긴장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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