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농업 생산량 증대를 다그치는 북한 당국이 앞으로 농장 간부들을 농사 실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도당위원회와 시·군당위원회에 도 농촌경리위원회와 시·군 농업경영위원회 간부들은 물론 각 농장 간부들의 간부사업(인사) 기준을 실적으로 하라는 중앙의 지침이 내려졌다”며 “쌀로 충성심을 증명하는 사람만 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북도 서흥군 가창농장은 지난 20일 도당 조직부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장원 공개 총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도당 간부들은 “앞으로 농장 간부는 단순한 경력 연한이 아니라 그간 포전(논밭)에서 올린 생산 실적을 기준으로 세워질 것”이라며 “기층 초급 간부인 작업반장과 분조장은 연간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며 간부사업 기준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작업반장과 분조장은 계절별로 농사를 어떻게 조직하는지, 수확 실적은 어떤지, 규율을 잘 지키는지 등의 기준으로 매년 가을 총화(평가)를 받게 된다. 여기서 하위 20%에 해당하면 해임 등 처분 대상이 되고,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농장 관리위원회 등 상급의 추천을 통해 표창과 ‘애국 실농군’ 칭호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말단 책임자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성과를 끌어올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분조장 2명과 작업반장 1명이 시범 교체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도당 간부가 이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농사는 흙과 땀으로 이루는 것이지 말이나 명패로 되는 것이 아니다. 책임자는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자, 회의 분위기가 일순간 얼어붙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회의가 끝난 뒤 농장원들 속에서는 “이제는 쌀 포대 수가 곧 간부 자격증이다”, “이제 간부도 철마다 성과를 내야 살아남는 시대다”, “성과 없는 보직 유지는 농장의 병균”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실농군 중심의 책임제 확대’는 단순한 방침이 아닌, 정치적 신호이자 당의 방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년 농장원들은 이를 반기며 환영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청년들은 “진짜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 분조장이 되는구나”, “‘쌀로 충성심을 보이라’는 것이 이제는 구호가 아닌 기준이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농사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간부를 하는 것이 옳다는 성과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번 조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존 간부들 중 일부는 “농사는 하늘이 도와야 하는 일인데, 사람을 포대 수로 평가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불만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같은 간부 실적 평가제는 올해 안으로 황해북도 전역의 주요 농장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며, 도 농업 부문 간부들은 “진정한 간부라면 포전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