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동료들의 월급을 횡령했다가 발각돼 혁명화 처벌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일 데일리NK 러시아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북한 무역회사에 소속된 작업반장 A씨가 동료들의 월급을 수개월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이 회사는 사민(私民·민간인) 건설 노동자를 관리하는 회사로,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북한 회사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곳이다.
A씨는 작업반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매달 10~20%를 빼돌려 1만 5000달러(한화 약 2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액수가 너무 커서 해당 회사에 속한 북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 소식을 접한 러시아 내 다른 회사 소속 북한 노동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고 한다.
보통 사민 건설 노동자들은 30~40명이 한 작업반으로 묶여 같은 건설장에 파견된다. 여기서 노련한 작업반장들은 직접 일감을 따오기도 하고 업무 지시나 감독은 물론 노동자들의 월급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역할도 하는데, A씨는 이 과정에서 동료들의 월급을 조금씩 빼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사민 건설 노동자들은 대개 한 달 200~300달러(약 27~40만원)를 받으나 작업 시간이나 노동 강도에 따라 액수가 매달 조금씩 달라진다”며 “그래서 수개월간 노동자들의 월급 일부를 자기 주머니로 챙겨 왔음에도 이 사실이 바로 탄로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시간 작업하는 일이 많은데 월급이 적어 이상함을 느낀 노동자들이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A씨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실제 노동자들이 받은 월급은 회사가 작업반장에게 지급한 돈보다 매달 10~20% 적었기 때문이다.
횡령 사실이 확인된 후 A씨는 곧바로 혁명화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작업반장 직위를 박탈당하고 말단 노동자로 일하게 됐으며 당분간 무보수 노동을 해야 한다.
다만 A씨는 러시아에서 건설 노동을 한 지 7년이 넘은 경력자이고 건설일에 다방면으로 능숙한 숙련자여서 1년 정도 처벌을 받은 후 다시 작업반장으로 직위와 직무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번 사건은 러시아 내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에게도 알려져 화제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무역회사 간부들이 횡령한다고 생각했던 노동자들은 작업반장도 자신들의 돈을 가로챌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며 이를 경계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은 ‘어떻게 자기 작업반 사람들의 돈을 그렇게 많이 떼먹을 수가 있냐’며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받을 수 있는 월급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작업반장까지 돈을 떼먹는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나고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