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관리 개선하겠다며 첫 만족도 조사 실시… 숨은 의도는?

소식통, “조사지 통해 시장사용료, 장세, 짐 보관료 등의 납부 방식 및 가격 적절한지 물어”

2019년 10월경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완장을 차고 순찰을 돌고 있는 시장 관리원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북한 당국이 시장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상인과 시장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 체계에 대한 불만을 물은 것인데 주민들은 사상 첫 설문조사에 의아해하며 ‘불만분자를 색출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최근 평안북도 상업국이 2024년 시장관리 부문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 조사를 실시했다”며 “조사를 통해 시장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 사항을 료해(파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안북도 상업국은 각 도·시·군에 조사 계획을 하달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 16일부터 도내 모든 시장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설문 조사지에는 시장 사용료와 장세 등의 납부 방식과 가격이 적절한지를 묻는 물음이 포함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시장사용료는 매대 면적과 위치를 고려해 정하고, 장세는 시·군 인민위원회 상업부서가 발급한 전표에 따라 매일 시장관리소가 받아서 처리하는데 이 방식이 괜찮다고 생각하나?’, ‘상인들의 짐 보관료와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자전거 보관료는 현재 가격이 적절한가? 아니면 조금 더 높여도 된다고 생각하나?’, ‘시장관리소 관리원들에 대한 의견이나 불만이 있으면 답하라’ 등의 질문으로 설문지가 구성돼 있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국가가 언제 우리 인민들의 뜻을 물어 본 적이 있냐”며 “조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게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시장 상인들은 “국가에서 백성들의 생각을 묻는 조사를 하는 것은 살아 생전 최초의 일인데 이게 정말 주민들의 뜻을 알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조사를 하는 척하고 불만분자를 색출하자는 것인지 헷갈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반대표를 던져도 된다고 했지만 반동분자로 몰릴까봐 두려워하며 찬성표를 던졌는데 또 이렇게 시장대책 토의라며 전에 없던 조사지까지 보내니 우리 주민들의 마음 속에 있는 진짜 불만을 알고자 하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는 등의 말을 하고 있다.

주민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는 전에 없던 일이라 당국이 시장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음에도 이를 그대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설문조사를 국가 정책 비난자를 색출하기 위한 보위부의 ‘공작’으로 의심하는 주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장 상인은 “갑자기 왜 안하던 짓을 하는지 귓잔등에 소름이 돋는다”며 “말 한마디만 실수해도 보위부가 어떻게 수집했는지 당장 목덜미가 잡히는데 대놓고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으라니 조사지가 보위부 동향자료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부분의 상인들은 ‘우리는 잘 모르겠으니 관리소가 알아서 대신 써달라’며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믿을 만한 보위원을 통해 해당 조사지가 정말 도 상업국에서 내려온 것인지 혹은 보위부를 통해 하달된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소식통은 “시장관리를 위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지만 내적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며 “새해에도 국가가 사람들을 들볶으려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