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교원대학 학생들, ‘도급제’ 땅파기 과제에 인력 사서 동원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혜산교원대학 학생들이 3월 한 달간 주말마다 케이블 매설을 위한 땅파기 작업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에는 보통 때와 달리 개인도급제로 과제가 할당되면서 학생들이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현상도 나타났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혜산교원대학 대학생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월 한 달간 주말마다 까벨(케이블)을 묻는 땅파기 공사에 동원됐다”며 “학생들은 험난한 땅파기 과제수행에 개별적으로 돈을 들여 노력(인력)을 사는 등 간고한 한 달을 보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은 성별에 관계 없이 개인도급제로 똑같은 땅파기 과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대체로 남녀를 한 조로 묶어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으나, 이번에는 개별적으로 과제를 내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학생들이 더욱 고충을 토로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한 대학생에게 2m씩 구간을 나눠주고 너비 50cm, 깊이 2.4m를 파도록 했다”며 “그냥 하루 이틀 동원한 것이 아니라 한 달 동안 주말마다 동원하고, 매번 하루 사이에 과제를 끝내도록 해서 학생들이 대단히 힘에 부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민위원회 군수동원과와 연관 부문의 일꾼들이 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제시한 규정에 맞게 땅을 팠는지 너비와 깊이를 정확히 검열했고, 학생들은 이 검열에 통과해야만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결국 3월에도 땅이 얼어있는 고산지대에서 홀로 과제를 감당할 수 없던 학생들은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일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노력을 쓰는 비용은 1m당 중국돈으로 80원(한화 약 1만 3000원)이어서 할당된 2m 구간을 전부 맡기려면 160원의 돈을 들여야 했다”며 “땅파기 공사가 3월 한 달간 주말 내내 이뤄졌으니 결국에는 대학생 한 명당 400~500원 이상의 돈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인력을 사는 비용은 사실상 부모의 몫이라 부모들은 전염병(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마저 골칫거리라며 아우성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학생 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것도 기본 큰 부담인데 주말마다 사회동원을 나가는 것에까지 돈을 써야 하니 점점 대학공부 시키기가 어려워진다” “세상이 점점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개판으로 돼 간다”는 등 한탄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는 전언이다.

대학생들 역시도 “우리가 대학생인지, 노동자인지 모르겠다”면서 한 달간 주말마다 꼬박 땅파기 작업에 동원된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