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무패 北 vs 亞 최강 南, 평양서 맞대결…김정은 깜짝 등장?

북한 축구 대표팀
지난달 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지역예선에 나선 북한 축구 대표팀. / 사진=서광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15일 평양에서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을 치른다. 1990년 평양에서 열린 친선경기 이후 29년 만에 북한 원정이다.

북한은 레바논, 스리랑카를 연달아 격파하고 조 1위에 올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 5만 명의 홈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까지 더해져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지역예선에 나선 북한 축구 대표팀. 선수들 뒤로 가득찬 관중들이 보인다/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5만 관중 응원 속 홈 무패(無敗)의 北 축구와 대결

북한은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평양에서 치른 7차례 남자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 패배한 적이 없다. 한국 국가 대표 축구팀이 이런 북한의 홈 무패 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객관적 전력상 한국 대표팀이 앞서 있지만 5만 명에 달하는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낯선 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일성 경기장의 최대 수용인원은 5만 명이다.

여기에 북한 사회 특성상 ‘김일성’ 경기장에서 ‘남조선(한국)’에 패배한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는 점에서 난전(難戰)이 예상된다.

지난달 5일 있었던 레바논과의 경기에는 4만여 명이 관중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일관
북한 축구대표팀 정일관 선수.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南北 축구 에이스 ‘손흥민 vs 정일관’ 맞대결도 관심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는 단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이 꼽힌다. 손흥민은 지난주에 열린 EPL 7라운드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도우면서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어 이번 경기에서도 활약이 주목된다.

북한의 에이스는 정일관이 꼽힌다. 정일관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스위스리그에서 활약했으며 지금은 오스트리아 리그 장크트퓔텐에서 뛰고 있다.

정일관은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2골을 넣고 승리를 이끌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양 팀의 대표 선수들의 활약상도 눈여겨 볼 만한 점으로 꼽힌다.

한광성
북한 축구 대표팀 한광성 선수. /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기대주 ‘발렌시아 이강인 vs 유벤투스 한광성’ 맞대결도 주목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에서 활약하는 한국 남자 축구의 기대주 이강인이 이번 평양원정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U-20 월드컵에 이어 최근 소속팀에서도 등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한국 축구의 기대주가 이강인이라면 북한 축구에서는 한광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광성은 올해 9월 이탈리아 프로축구단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유벤투스 측이 한광성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남북 축구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양 팀의 유망주들의 대결도 눈여겨볼 점이다.

정일관
북한 축구대표팀 정일관 선수. /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 축구에도 해외파 축구선수가?

북한은 폐쇄적인 국가로 꼽힌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축구를 하는 북한 선수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앞서 언급한 정일관과 한광성 이외에도 최성혁(이탈리아 US아레초), 박광룡(오스트리아 창 폴텐)이 해외파다. 재일교포인 리영직(일본 도쿄 베르디), 김성기(일본 미토 홀리호크)도 북한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북한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북한 축구 대표팀
지난달 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지역예선에 나선 북한 축구 대표팀. 뒤로 광고판이 눈에 띈다. / 사진=서광

사회주의 북한에 자본주의 상징인 광고판이?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도 여러 기업소(기업)이 있다. 5만여 명이 참여한 사람들에게 기업소를 알리기 위한 광고판들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주의 속 자본주의 요소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달 5일 평양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 사진에는 ‘푸른하늘연합회사’ ‘아침-교육용 판형컴퓨터’ ‘조선황금산무역회사’ ‘대성산샘물’ 등의 광고판이 눈에 띈다.

‘푸른하늘연합회사’는 스마트폰 ‘푸른하늘’을 제조사이며 ‘아침-교육용 판형컴퓨터’는 테블릿 PC다. 북한 내에서 IT기기 들이 인기를 끌자 광고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대성산 샘물’은 최근 지워진 생수공장이다. 지하수 등 깨끗한 식사가 부족한 북한에서 최근 생수 공장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북한이 한국과의 경기에서 어떤 광고판을 내걸지 지켜볼 일이다.

평양국제축구학교
평양국제축구학교에서 훈련하는 북한 유소년들. /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 경기장 방문해 손흥민과 인증샷?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유럽축구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니오 라치 전(前)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지난 2017년 영국의 한 매체와의 김 위원장이 축구광이며 손흥민이 활약 중이 EPL 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EPL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손흥민 선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축구 대결에 깜짝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남북 관계, 북미 관계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김 위원장의 참관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 때와 같이 특사, 친서 등의 형태로 남북 간의 접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평양에 국제축구학교를 세우고 유망주를 육성하고 이들 중 일부는 해외 아카데미에 보내는 등 축구에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