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주화 시위로 이슬람근본주의 집권?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요구가 거세지면서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실각하는 상황, 즉 ‘무바라크 이후’의 이집트의 정치판도가 중동지역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집트의 반정부시위는 무바라크 30년 장기 독재 집권에 대한 저항 성격이 강하다. 시위대는 새롭게 임명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까지도 무바라크 세력으로 규정하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바라크 대통령이 제시한 타협책으로는 반정부시위의 불길을 잡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친(親) 서방, 친(親) 이스라엘 노선이었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실각될 경우 차기 정권은 차별화를 위해 ‘반(反) 무바라크’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한 이슬람 신도가 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미 성향이 강한 이슬람 정치세력이 주류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지만 가장 눈에 띄는 단체는 ‘4.6 청년운동’이다. 젊은층 조직의 연합체인 이 단체는 2008년 북부 산업지역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실체를 드러낸 뒤 그해 4월 6일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면서 ‘4.6 청년 운동’ 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이 단체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해 2월 귀국했을 때 대대적인 환영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7일 오스트라이 빈에서 귀국했다. 그는 순식간에 반정부시위대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현재 가택연금된 상태이지만 과도정부의 책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IAEA 사무총장을 통해 명망을 쌓았던 엘바라데이는 이를 통해 이집트 내 민족주의 세력과 온건 이슬람주의 세력을 규합해 집권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는 그동안 무바라크 정권을 비판하며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 MB)’을 합법 정당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만큼 그와 형제단과 정치적 야합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알 아라비야 TV에 따르면 시위군중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엘바라데이를 과도정부의 책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형제단의 대변인 가말 나세르는 DPA에 무바라크 대통령의 여당 국민민주당을 배제한 거국정부의 구성을 엘바라데이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귀국해 야권통합조직인 ‘개혁을 위한 전국연합’을 결성했던 그는 개헌국민청원서명운동에 형제단의 참여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는 서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을 띨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가 국내 지지기반이 미약한 상황이어서 신정부 수립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역시 관심이 쏠리는 정치집단은 이집트 전역에 조직을 두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이다. 형제단은 1928년 조직돼 중동 전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다. 시위 초기에는 시위 참여에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으나 ‘분노의 금요일’로 일컬어지는 지난 28일부터는 조직적으로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형제단은 불법단체로 규정돼 활동을 제약을 받아 왔지만, 서민층을 상대로 사회사업을 펼쳐 지지기반을 다져왔던 만큼 이번 반정부시위가 그들의 이집트 실권 장악에 중요 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반정부시위 확산으로 인해 치안공백이 발생해 와디 나트런 교도소에 있던 구감자들이 탈출하는 일도 발생했는데, 이 중 형제단 소속 간부 등 34명도 포함돼 있어 형제단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형제단이 제도권 활동을 선언한 온건성향이라면 ‘자마아트 이슬라미야'(Islamic Group)는 테러 등 무장투쟁노선을 걷고 있는 원리주의의 과격단체로 볼 수 있다. 형제단으로부터 분리된 IG는 외국인 관광단 습격, 정부요인 암살 등을 통한 반정부 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들은 빈 라덴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의 정권 참여 여부가 관심이다. 실제 이들이 집권할 경우 무바라크체제에서 이스라엘과 1979년 체결한 평화협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는 30일 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할 경우 평화조약을 무효화하겠다고 경고해온 만큼, 기존에 북부 접경국인 시리아, 레바논, 이란 쪽에 집중 배치됐던 육·공군 병력을 이집트와 접경한 남부로 재배치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슬람근본주의 성향을 띤 세력이 집권해도 세속주의 정책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자유를 신장하는 정책을 취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시위는 무바라크 장기집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표출이며 이후 ‘포스트 무바라크’ 등 차기정권 역시 실업 등 경제문제 해결에 우선할 수 밖에 없어 반미 등 극단적인 정치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