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공격, 美 전유물 아니다”…무슨 의미?

▲ 연설하는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차수

▲ 연설하는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차수

9일자 노동신문은 8일 평양 2.8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13돌 기념행사’를 보도하면서, “선제공격은 미국만의 독점물이 아니며, 미국이 우리를 먼저 공격할 때까지 절대로 팔짱을 끼고 앉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 메시지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연설을 통해 언급했다.

북한에서 군과 행정을 총괄하는 국방위원장직 추대 축하행사는 일반 행사보다 훨씬 비중이 있다. 대회는 축하행사 성격 외에 미국의 금융조치와 6자회담 등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군중대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강경 메시지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경대응-유화전술-자력갱생, 세 가지 키워드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주로 사용하는 카드는 “강경대응, 유화전략, 자력갱생”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때로는 시차를 두고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시에 사용한다. 강경대응과 유화전략은 대외용, 자력갱생은 대내용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이 세 가지를 이용해 당면한 금융조치 문제와 6자회담을 연결시켜 유리한 외교적 국면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사실 전쟁을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제공격’과 ‘핵공갈’같은 강경 발언을 서슴치 않는 것은 남한을 인질로 활용하려는 발언이라고 보아야 한다. 북한이 선제 공격할 수 있는 가시적인 대상은 사실 남한뿐이다. 남한을 인질로 미국과의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것이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이른바 ‘민족공조’의 본질이다.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이 3월에 8차례였고, 최근에도 잦다. 이는 대미 강경자세를 대외에 선전하고,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대외용이자, 동시에 대내용인 셈이다.

북한은 또 대화를 통한 유화전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7일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참석차 도쿄에 도착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만남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강경자세를 취하면서 대화를 병행하려는 전술이다.

북한은 도쿄 회의에서 미국에 先금융조치 해제를 계속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늘 이런 식이다. 先 경수로 제공, 先 금융조치 해제를 내세워 회담을 지연시키고 강경전술로 나가다 또다른 의제를 6자회담 본회담에 올리려는 것이다.

미국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초 금융조치는 6자회담과 상관없다고 하다가 6자회담 안에서 다룰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은 그동안 북한의 버티기로 금융조치 문제를 회담에 올리려는 북한에 양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