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北 ‘말폭탄’ 최고조…”수세 국면 방증”

지난해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가 1년 내내 꽁꽁 얼어붙었다. 정부는 두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북한은 오히려 남한의 모략 날조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올 상반기 북한이 발표한 각종 대남 성명, 회담 제의, 논평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분석한 결과 북한은 대남 선전선동 기구들을 통해 호전적인 ‘말폭탄’을 쏟아내는 동시에 대화공세를 펴는 강온 양면 전술을 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강공 일변도의 대남 정책을 구사했던 것에 비해서는 ‘대화’에도 일부분 무게가 실렸다.


특히 대화제의 형태의 ‘평화공세’와 전쟁위협 형태의 ‘긴장조성’이 짧은 기간 내 요동쳤던 상반기였다. 식량 부족 등 경제난의 심화와  2012년 강성대국 추진, 후계 가속화 등 북한의 복잡한 대내외 사정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다.








▲2011년 상반기 북한의 대남공세 일지. /그래픽=김봉섭 기자


“北, 대화공세 접고 내년 선거 겨냥 정치공세 펼 것”=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화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이런 대화공세는 2월 남북 고위급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리기까지 지속되다가 실무회담이 무산되면서 다시 공격적 태도로 전환됐다.


한달 여 지난 3월 17일에는 백두산 전문가 회의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대화 공세를 펴기 시작했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북한은 백두산 전문가 회의뿐 아니라 동해 표기 관련 역사 학자들간의 회의를 진행하자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이어 4월 26일 지미 카터 미 전 대통령 방북을 기점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대화 공세가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5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에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할 수 있다는 ‘베를린 제안’을 발표한 후 다시 대결적 기조로 돌아섰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베를린 제안’을 ‘가소로운 망동’이라고 비난하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이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는 횟수가 4월 5회에서 5월에는 64회로 급증했다.


특히 김정일의 방중(5월 20~27일)을 기점으로 대남 비난 강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남한과 상종 하지 않겠다’고 한데 이어 남북 비밀 접촉 내용 공개와 남한 군부대 구호 비난 등의 공세를 이어가며 현재까지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대남 공세는 상반기 거의 매일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4월까지 단 8일을 제외하고 각종 대외 선전기구를 통해 줄기차게 대남 공세를 폈다. 5, 6월 두 달 동안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대남 메시지를 발표했다. 


또한 북한은 대남 비난 성명을 발표한 날 대화공세를 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중앙위는 2월 28일 한국노총·민주노총에게 보낸 ‘북남노동자 평화선언문’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를 주장한 반면,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은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을 비난했다.


또한 3월 17일에도 북한은 백두산 화산 남북 전문가 회의를 제의하면서도, 천안함은 남한의 날조 모략이라고 비난했다. 5월 6일에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서해 해상사격훈련을 비난하면서, 조선신보를 통해서는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대한 호응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지난 3월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보고자료를 통해 “북한은 핵실험,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이후 대화공세 시도하는 등 도발→대화공세→도발의 반복적 행태를 시현하고 있다”며 “대남 비난 강도를 점차 높이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 촉구 논조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외래교수는 4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한미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상당한 수세국면에 몰리면서 공격적인 대남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며 “특히 북한은 대화공세로 국면전환을 꾀했지만 천안함·연평도 문제로 뜻대로 되지 않자 대남 비난 공세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냉전기 남북한 갈등과 협력에 관한 경험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 교수는 “천안함·연평도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북한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대화 공세를 접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 공세를 펼 것”이라면서 “상반기 북한의 강온 양면전략이 천안함·연평도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南 군부대 구호 빌미로 대남공세 극에 달할 것”= 북한은 올해 초 부터 군·당·국방위 등 국가 기관이 대내외 선전기구를 통해 성명과 담화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줄기차게 대남 공세를 펴오고 있다.


북한의 대남공세는 주로 대내외 선전 매체인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우리민족끼리, 평양방송 등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외에도 민주조선, 조선신보, 자주통일 등도 활용됐다.









▲대남공세를 편 북한 주요기관. /그래픽=김봉섭 기자


이들 선전매체를 통해 대남 공세를 편 북한의 군·당·국방위·대남선전기구는 총 20여 곳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조선적십자회,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조국전선,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 국방위원회,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 총참모부 등이 있다.


특히 조평통은 대변인 담화, 서기국 보도, 긴급 통지문 등을 상반기 12차례나 발표하는 등 대남 공세의 주된 창구 역할을 했다.


또한 최근에는 북한군을 통한 대남 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 조선인민군은 최고사령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비롯해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 기자회견, 검열단,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대남 비난을 지속됐다. 이는 최근 대남정책에 북한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상반기 전통문, 논평, 담화, 성명 등의 형식으로 총 60여 차례 이상 대남공세를 펼쳤다. 가장 많은 형식의 대남공세로는 15차례에 달하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 정부 대변인 성명,  평양방송 논설, 조국통일연구원 백서 등의 형식을 취했다.


강 교수는 “북한이 다양한 채널과 형식을 통해 대남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세 국면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면서 “대남 공세에 아주 좋은 소재인 남측 군부대 구호 건을 빌미로 북한의 정치 공세는 더욱 극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