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비아식 해법’ 거부 고수

무아마르 알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6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에서 “북한이 리비아의 조치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방북했던 톰 랜토스 미 하원의원이 북측에 핵문제의 구체적인 해결방식으로 리비아식 해법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리비아와 다르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3년 12월 리비아식 모델이 제시된 이후 외무성 대변인과 언론을 통해수용 불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특히 주간지 통일신보는 리비아식 해법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통일신보는 우선 리비아가 미국의 선핵포기 요구를 수용한 대가로 얻은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리비아는 핵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 계획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제재철회와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지만 미국은 그 약속을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

미국은 처음에는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척하더니 ’조건 불충분’이라는 구실로 아직까지 테러지원국의 족쇄를 풀어주지 않은 채 경제제재와 투자제한을 계속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통일신보는 “마치 큰 대가를 줄 듯이 떠들던 미국과 서방은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자 다 파먹은 김칫독을 보듯 별로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며 미국의 선핵포기요구는 상대방의 무장 해제만을 노린 기만극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국이 리비아에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지만 북한에게는 리비아보다도 못한 대가와 보상으로 끝낼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이른바 ’조선식 해법’인 동시행동 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 방식을 강조했다.

또 리비아식 해법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로 한반도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꼽고 있다.

현재의 북ㆍ미관계는 뿌리깊은 적대 및 교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리비아와 미국의 적대관계는 단순히 리비아의 테러와 반미주의로 생겨났으며, 더욱이 리비아에는 미군이 존재하지 않지만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북침’을 항시적으로 노리는 수만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는 것.

미국의 리비아 정권교체 의도는 카다피가 친미로 돌아서 의미가 없어졌지만, 미국은 북한에 대해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니라 체제전복을 노리고 있어 북한이 핵을포기한다고 해서 결코 북한 체제를 그대로 놔둘리가 만무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리비아식 해법의 교훈은 미국과는 오직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북한측 주장이다.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대로 핵을 일방적으로 포기했다가 무장해제만 당하고 체제 붕괴만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