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참가국 ARF 집결

“마치 변형된 6자회담 무대를 보는 듯하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태국 푸껫의 현지 외교소식통은 22일 현지 언론의 관심이 온통 북핵 문제에 쏠려있다며 이같이 촌평했다.

실제 이번 태국 ARF에서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과 이를 규탄하고 압박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연일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안보정세를 논의하는 ARF의 본래 의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할 정도다.

특히 이날 푸껫에 도착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끝으로 북한을 뺀 6자회담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클린턴 장관 외에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나카소네 히로후미 일본 외상,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은 이날 연쇄 접촉을 갖고 북한 핵문제와 유엔 안보리 결의이행,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 과정에서 최근 북핵 외교가의 관심사로 부상한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서도 교감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을 대신해 참석한 박근광 순회대사는 외로운 외교행보를 하고 있다.

박 대사는 21일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ARF의 의장국인 태국의 카싯 피롬야 외무장관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번 ARF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이 주요 의제가 돼선 곤란하다는 뜻을 전달하는 한편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을 한 북한의 명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서 부여받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아무래도 힘이 부치는 게 아니냐는 게 현지 외교가의 평가다.

관심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5개국 외교장관들이 어떤 논의를 하느냐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을 뺀 5자 협의’가 성사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이 소극적이라는 전언이다.

미국은 이번 ARF를 통해 국제사회의 설득에도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강력한 응징의지를 과시하겠다는 기세다.

이를 위해 ARF 공동성명에도 북핵 문제를 포함시키는 한편 다양한 양자 및 다자협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다양한 다자모임을 통해 사실상 ‘5자 협의’의 취지를 현실화시키려는 것”이라며 “북한이 달라진 외교환경을 체감할 경우 태도가 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