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법? 北정권교체 고려한 체제전복 활동 필요할 수도”

밥 코커(테네시·공화당)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31일(현지시간) 북핵 전문가들이 모인 청문회에서 “북핵 문제는 유엔의 강력한 제재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훨씬 체제전복적인(subversive)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 등에 따르면, 코커 위원장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가 북핵 대응 정책을 토론하기 위해 주최한 청문회에서 “상당히 극단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북한은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면서 “현행 대북접근법은 작동하지 않고 있고, 북핵 위협의 시급성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고를 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커 위원장은 또 청문회 참석자들을 향해 “북한 비핵화가 단기적으로 여전히 현실적인 정책인가” “미국이 비활동적 조치 수단을 이용해 선제적으로 정권교체를 모색해야 하는가”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제공격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와 같은 반문을 수차례 던졌다. 북한의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북핵 해법의 물꼬를 트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외교와 억지, 제재는 여전히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우리는 제재를 강화하는 노력을 배가하는 동시에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일본 등과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코커 위원장이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대북 강경책을 주문한 데 비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선제공격보단 현행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게 북핵 해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의원은 “제재가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불러올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무기나 북한 지도부에 선제적으로 무력을 행사하는 계획은 의도하지 않은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 카딘(메릴랜드) 간사도 “제재를 강력하게 이행하면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펼칠 적절한 시기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언제나 힘보다는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협상을 통해서는 결코 북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면서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이 중요한 시점에 많은 인사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면서 매우 불편한 2가지 진실을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에버스타트는 본인이 제시한 두 가지 ‘불편한 진실’에 대해 “첫째는 지금의 북한 지도부가 절대 핵 옵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면서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에 응하는 것은 통일이라는 신성한 임무를 포기하는, 즉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국제사회의 핵 포기 압박에 굴복하는 건 단지 북한 지도부의 굴욕이나 수치를 넘어 정권의 비합법화, 불안정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두 번째는 국제사회의 핵 포기 요구나 정상회담, 협상 등으로는 절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과거 핵 협상을 통해 대북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을 양보했지만, 그런 개입 정책을 통해서도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북한이) 상호 관심사를 한꺼번에 올려놓고 동시에 타협하는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미국 정부는 앞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일본 배치와 본토 미사일 방어시스템 강화 등 대북 방위 태세 강화를 포함한 ‘위협 감축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그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혹독한 제재 이행 등을 통해 대북 압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북한 지도자(김정은)가 핵 프로그램을 내부 통치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는 만큼 평화적 비핵화를 위한 기회의 창은 닫힌 것 같다”면서 “북한은 이란과 이라크, 리비아로부터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망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미중 간의 지정학적 불신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북핵핵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직접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제재)’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 새 정부가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북핵 문제에 지속적 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료 및 정치적 지지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북핵 문제를) 미중 관계와 따로 분리해 대처할 수 있도록 북핵 사안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고위급 대북특사를 임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미 상원 외교위가 각료 인준청문회 이외의 현안과 관련해 청문회를 연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