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부 구간 5G 설비 구축…평양서 국경 동향 실시간 감시?

소식통 "신의주 압록강 근처 100m당 1대 카메라 설치...국가보위성 작전실서 직접 관리"
전문가 "5G 시범 운영·설치 가능...다만 성능 발휘 못 하고 있을 것"

평안북도 압록강 국경경비대 하전사 군인 군대 북한군 초소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국경경비대원이 초소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국경 통제 첨단화를 꾀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이용해 평양에서도 감시카메라로 국경지역의 상황을 모니터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미 신의주(평안북도) 일부 구간에는 5G 통신망을 설치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국경지역에 5G 감시망을 구축할 계획으로 지난달 신의주 압록강 주변에 감시 카메라를 새롭게 설치했다.

기본적으로 100m에 한 대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당국은 직접 감시가 어려워 밀수와 도강(渡江)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아니라 감시 카메라가 360도를 회전하며 주변 지역을 촬영하기 때문에 감시 장비들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밀수 및 도강, 탈북 등의 시도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구간이지만 감시의 사각지대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특히 기존 국경지역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국경지역에 주둔하는 경비대 군인들이 관리했지만 현재 설치된 감시 카메라의 모니터와 관리는 평양의 국가보위성 작전실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국경경비대원들은 지역의 밀수꾼이나 브로커와 결탁, 단속을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기 이들에게 모니터 권한을 주지 않고, 단순 관리·점검 업무만 맡겼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에서 원격으로 국경지역의 감시 카메라를 모니터할 수 있게 된 것은 신형 카메라 설치와 함께 일부 구간에 5G 설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현재 5세대 이동통신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2월 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발행한 <정보과학>이라는 간행물에 “5세대 이동통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이 실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2019년 중국으로부터 5G망 구축을 위한 설비를 지원받았다는 전언도 나왔다.

또 다른 내부 소식통은 “2019년 중국이 국경지역에 5세대 통신을 설치하면서 (북한과) 협력하기로 합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때 (중국으로부터) 5세대 통신 설비를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에서 지원받은 5G 설비를 지난해 국경지역에 설치하려 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작업이 무산됐다가 최근에 일부 구간 5G 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최근 새롭게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감시 카메라의 모습. 북한은 신의주 주변 국경 일부 지역에 5세대통신을 이용한 감시 설비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중국은 2019년 4월 국경순찰대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합작으로 지린(吉林)성 북중 국경지역에 중국 최초로 5G망 국경검문소를 건설했다. 당시 중국중앙방송 CCTV는 5G기술로 인해 국경지역 검문소에서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40km가 떨어져 있는 지안(集安)시의 지휘센터에 전송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경지역에서 촬영된 감시 카메라 영상을 5G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평양 지휘센터에 전송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대부분 3G망을 사용하고 있는 북한이 4G(LTE) 단계를 건너뛰고 5G망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5G 설비만 있다면 일부 지역에 이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유향 북한대학원대학교 경제·IT 전공 겸임교수(국회 입법조사처)는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이나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대규모로 도시 전체에 5G망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설비만 확보된 상태라면 일부 구간에 5G망을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김 교수는 “5G망이 영상과 같은 대용량 파일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데에 용이하지만 이 같은 용도라면 유선망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며 “5G가 감시체계를 위한 합리적인 통신체제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김서경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도 “5G는 LTE보다 설비를 훨씬 더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적 부담이 크다”며 “만약 국경지역에서 촬영된 영상을 평양에서 전송하고 있다면 국경지역에서 5G로 영상 정보를 받아서 결국 평양까지는 유선으로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5G 설비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5세대 이동통신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더욱이 신의주에서 평양까지의 거리가 230km나 되는 데다 산악 지형이 많기 때문에 이 사이에 5G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상당한 장비와 비용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연구원은 “북한이 최근 들어 5세대 통신망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기 때문에 연구 목적에 방점을 두고 시범 운영 차원에서 국경 지역에 5G를 일부 구축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