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최후승리(?)’로 전진, 1999년생 김정일 선물 열차

북중 국경지대에서 포착된 ‘제2의 천리마대진군’ 호 기관차.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산모퉁이를 돌아 열차 한 대가 기적을 울리며 달려온다. <최후승리>라는 푯말을 위용있게 써 붙이고 산자락을 휘감아 돈다. <제2의 천리마 대진군호>라고 쓰인 기관차 옆에 빨간색 글귀가 눈에 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보내주신 선물기관차(주체 88)”라고 쓰였다.

주체 88년(1999년)이면 20여 년 전에 김정일이 선물로 보내주었다는 기관차다. 20년 동안 3대혁명승리를 위해 달리며 ‘영예상’을 수상했다는 푯말도 기차를 장식한다. 열차박물관에나 있을법한 낡은 기관차가 여전히 ‘최후승리’를 향해 달리며 제2의 천리마대진군을 외쳐댄다.

고난의 행군 시절, 기차 빵통 위에라도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던 사람들. 영예상을 수상했다는 저 기관차 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을까. 제2의 천리마대진군이라는 외침은 낡은 기적 소리에 파묻혀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기차 하나에도 혁명을 실어야 하는 사람들.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고 선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어제의 오늘을 근근이 살아 내고 있다.

2021년을 지나는 오늘도 여전히 그들의 구호는 자력갱생, 천리마 정신이다. 독재자의 폭정은 여전한데 한쪽에서는 그와 손잡고 평화롭다 웃음 짓는다. 북녘 사람들의 슬픈 웃음은 서슬 퍼런 철조망에 꽂혀 통한의 눈물로 흩날리는데, 목란꽃 향기에 취한 듯 분단의 봄놀이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평양 목란관 만찬장에 울려 퍼졌던 2019년 4월 남북정상회담의 축배 뒤에는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을 준비하는 숱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절규가 저 북녘땅 산하를 뒤흔들고 사람다움을 함께 누릴 때에야 우리는 평화라 말할 수 있다. 지금의 자유와 인권은 분명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들만의 평화’를 외치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독재의 달은 기울고 재앙은 곧 끝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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