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결의안에 南 납북자 첫 명시… “北, 더는 외면 못할 것”

우리 정부, 특별한 언급 無...전문가 "자국민 보호책임 외면할텐가"

제43차 유엔인권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제네비나에 열렸다. /사진=유엔 WEB TV

유엔인권이사회는 22일(현지시간)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반인도 범죄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이날 채택된 결의문에서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이런 인권 침해 중 많은 사례는 반인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결의문에는 한국인 납북자 문제가 처음으로 명시됐으며 유엔은 북한에 이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요구했다.

인권이사회는 “납북된 사람들의 즉각적인 송환에 대한 위급성과 중요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북한은 한국과 일본의 모든 납북자들을 즉시 귀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유엔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꾸준히 언급해왔지만, 한국인 납북자 문제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거론했고, 또 북한인권 NGO들의 다각적인 활동의 결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이영환 대표는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에 한국인 납북자 문제가 처음으로 명시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면서 “국제적으로 한국인 납북자 문제가 상시 의제화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이 연말 유엔총회에서 통과되면 한국인 납북자 문제가 국제적으로 더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자국민 보호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인 납북자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즉각 해결을 촉구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어떠한 말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자국민 납치 문제와 보호에 관한 문제를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걱정해주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외교부가 발표한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문 채택 관련 보도자료에는 한국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 대표는 “유엔이 한국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명시적으로 축구하고 나선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자국민 보호책임을 외면하는 한국 정부는 행태는 매우 부끄러운 모습이다”고 했다.

한편, 이날 채택된 북한인권결의문에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며 그 책임이 북한의 최고위층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결의문에서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런 인권 침해 중 많은 사례는 반인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이사회는 “수십 년간 최고위급에서 수립된 정책과 기관들에 의한 반인도 범죄가 북한에 행해졌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오랫동안 제공됐었다”며 “이런 반인도적 범죄는 몰살(extermination), 살인, 노예화, 고문, 비인간적이며 모욕적인 치료나 처벌, 강간, 강제 낙태 등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4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인권이사회는 이번 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 채택했다.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