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소(牛)의 날’ 있다? 없다?

평안북도 삭주군 집단농장에서 수확을 마친 농민들이 소달구지를 이용 볏단을 옮기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최근 방영한 ‘소와 관련한 상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를 대상으로 유래된 풍속과 소의 쓰임새를 집중 소개했다.

방송에 출연한 북한 사회과학원 연구사 류만혁은 “우리 선조들은 매우 오래전부터 소를 많이 기르면서 부림 짐승으로도 이용하고 질 좋은 가죽과 고기의 원천으로도 이용하면서 소와 관련한 여러 가지 풍속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소는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이 힘든 농사나 짐 운반에 널리 사용되어온 짐승으로서 유순하고 힘이 세며 사람들에게 잘 순종하는 것으로 하여 사랑을 받아왔다”고 소개했다.

방송은 또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소와 관련한 놀이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새해 정초에 ‘소의 날(소 관리를 잘 하는 날)’을 정하고 특별히 소를 잘 관리하고 잘 해주는 풍습이 있다”면서 “이 날에는 소여물에 콩을 많이 섞어 여물을 만들어주었고 추위를 막아 주려고 소잔등에 씌우는 ‘덕석’도 새로 만들어 주었다”고 전했다.

또 “이날만은 꼭 소를 휴식시키고 소잔등과 몸통을 빗자루로 긁어주면서 닦아주고 외양간도 깨끗이 청소해주었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이 외에도 두 사람이 엎드려 소모양을 만들어 풍악에 맞추어 마당을 돌면서 춤을 추며 즐기는 ‘소놀이’, 두 소를 싸움을 붙여 승부를 가리는 ‘소싸움’ 등 소와 관련해 내려오는 전통 풍속들을 소개했다.

방송은 “지난날 이런 풍속들에는 부림소의 역할을 강조하고 부림소 관리를 잘 하며 농사차비를 빈틈없이 갖추어온 우리 인민들의 근면한 생활풍습이 반영되어 있다”면서 “오늘도 농촌들에서는 노력(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거름을 많이 받아 알곡 수확을 높이자면 부림소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여기에 큰 힘을 넣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에서는 여전히 대부분의 농사일에 소가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소를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간주한다. 소는 기본적으로 국가 소유이며 개인이 함부로 도축할 수도 없다.

북한에서는 만약 소 관리가 잘못돼 소가 죽거나 실종되는 경우 ‘소 관리원’은 물론 집단농장 작업반장과 분조장까지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심지어 총살형까지 적용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전에는 농사에 트랙터가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연료 부족으로 트랙터 이용이 어렵게 되자 다시 소가 농사일에 주축이 되는 옛날 농사법이 등장했다.

1995~1999년 시기에는 북한의 농촌 그 어디를 가보아도 소가 논밭을 갈고 심지어 사람들까지 소 대신 쟁기를 끄는 모습이 흔해졌다. 북한의 농촌 풍경은 1960년대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거의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북한 농사일에는 소가 주로 쓰인다. 연료 사정이 낳아져서 트랙터도 다시 등장하고 있지만 농사일에서 소의 역할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남한에서 소는 농사일에 쓰인다기 보다는 식용으로 쓰일 우량소를 사육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소에 대한 시각 차이가 바로 현재 남북의 차이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