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 북한사람 14명뿐”..금가는 특수관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이후 50여년된 마카오와 북한의 특수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돈세탁 등 불법거래를 이유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2천400만달러가 동결된 이후 마카오로선 이젠 북한이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나라가 됐다.

◇50년된 北-마카오 관계= 북한은 한국전쟁 종전 직후인 1953년부터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마카오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다 1957년 전초기지로 조광무역을 설립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북한은 사실상 마카오를 공산품, 해산물 등 각종 물자와 권력층이 애호하는 사치품를 조달하는 창구로 활용해왔다.

마카오는 도박도시 특유의 느슨한 법규와 용이한 입출국, 지리적 근접성 등으로 인해 북한이 각종 경제사업, 정보공작을 벌이기에는 최적의 국제도시로 꼽혀왔다.

이로 인해 `도박왕’ 스탠리 호(何鴻桑)를 비롯한 상당수의 마카오 실력자들이 음양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북한 고위층과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5년전만해도 400여명의 북한 국적자들이 마카오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며 200명 남짓한 한국 교민사회를 짓누르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BDA 제재와 함께 마카오의 북한대표부 역할을 해오던 조광무역과 자회사들이 대거 주하이로 철수한 이후 마카오와 북한의 관계는 사실상 단절되다시피 했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현재 마카오에 남아있는 북한 사람은 김정남의 가족과 경호원을 포함해 14∼15명 뿐”이라고 전했다. 나머지는 북한산 인삼 무역이나 해운 사업을 하는 북한 주재원들이다.

◇마카오 북한과 `거리두기’= 미국 자본을 유치, 홍콩, 싱가포르, 동남아 국가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해나가기 위해선 마카오로선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북한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둘 필요가 생겼다.

마카오는 1987년 KAL 858기 폭파사건이나 2003년 대북 송금사건 등에서 북한의 불법활동 중심지로서 이름을 빌려줘야 했고 최근엔 북한의 금괴 밀수, 위조달러 유통, 돈세탁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게다가 마카오로선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 자본의 유입과 해외 각국의 도박 관광으로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따가운 국제사회의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과 거래를 가질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도 관할권을 갖고 있는 마카오를 통해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으로 계속 지역정세를 혼미하게 만드는 북한을 견제할 이유가 생겼다.

이에 따라 마카오 정부는 BDA에 대한 미국의 조사와 제재에 적극 협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카지노사업 투자를 철회하고 불법 돈거래를 차단하는 돈세탁 방지법을 마련했다.

1999년 평양에 카지노를 개설했던 스탠리 호는 BDA 제재를 전후해 평양에서 철수했다.

특히 마카오 정부가 최근 중국의 지시에 따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수용, 마카오를 통한 군사장비와 사치품의 대북 수출과 환적을 금지한 것은 북한과 마카오의 변화된 관계를 볼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아직 홍콩도 대북 금수조치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마카오의 선제적인 대북금수 조치는 북한 경제를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