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봉수호, 北 최고당국자 개입”

▲ 50kg의 헤로인 밀반입을 도운 혐의로 호주 당국에 의해 체포된 북한 선적의 봉수호 선원들

호주 일간 헤럴드 선이 6일 마약 밀수혐의로 체포된 북한 화물선 봉수호 선원들이 호주 빅토리아주 최고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과 관련 ‘독재자의 마약밀수선’이라는 제목으로 사건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지난 2003년 4월 빅토리아주 연안에서 1억6천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 150kg를 호주로 밀반입하려다 붙잡힌 3천743톤봉수호 선장 송만선(65), 정치보위부원 최동성(61), 1급 항해사 리만진(51), 기관장 리주천(51) 등 북한 선원 4명은 5일 열린 재판에서 남녀 12명의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은 3년여 만에 구금상태에서 풀려나 곧 북한으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봉수호에 대한 호주 정부의 처리 방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헤럴드 선은 봉수호가 2003년 4월 헤로인을 고무보트에 싣고 육지로 나르던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밀수업자가 악천후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호주 해군함정들의 추적을 받으면서 북한 당국과 주고받은 교신내용들을 소개, 사실상 북한의 최고위 당국자가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신문은 봉수호가 추적을 받기 시작하자 북한의 관리가 무선으로 헤로인 밀수선 봉수호 선원들에게 도망가지 말고 싸워 나포를 피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호주 연방 경찰에 탐지됐다고 밝혔다.

이에 봉수호는 북한 당국에 “위대한 장군의 전사로서 우리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결연히 싸울 결의로 가득 차 있다”고 응답했다.

봉수호는 또 호주 경찰의 정선명령과 경찰의 승선을 거부하면서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아야한다고 맞서기도 했다.

봉수호는 캔버라주재 북한 대사관과도 교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문은 특히 미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사건 발생 직후 북한의 김정일이 봉수호 마약밀수사건에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봉수호는 결국 추적을 받기 시작한 지 4일 뒤 호주 해군함정의 무력시위까지 보고 나서야 시드니 북부 해역에서 백기를 들었다.

봉수호 헤로인 밀수 사건과 관련된 다른 4명은 이미 혐의를 인정해 이들 가운데 2명은 각각 23년과 22년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호주 연방경찰의 대미언 애플비 형사는 무선 교신 내용을 보면 선박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붙잡히지 않겠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선원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들은 모두 호주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존 챔피언 검사는 최동성이 북한 정보기관 요원으로 배에서 최고위급 간부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그가 배에 마약과 같은 불법 화물을 싣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북한 선원들의 변호인 측은 봉수호가 빅토리아주 연안에 도착했을 때 헤로인을 고무보트로 실어 나르려던 사람들은 봉수호를 전세 낸 사람들이었다며 선원들은 배에 헤로인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간 오스트레일리안은 북한 선원들이 무죄평결을 받은 뒤 멜버른에 있는 서울 식당에서 변호인단과 한식과 호주 맥주를 들며 재판 승리를 자축했다고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