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강경 발언에 주목되는 北입장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북한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2.10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한 북한은 외무성 비망록(3.2)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비망록 분석기사(3.7) 등을 통해 6자회담 재개 조건과 명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비망록은 우선 북핵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적대 정책을 평화공존 정책으로 바꾸는 데 있다며 북한 체제 전복을 노린 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조선신보는 미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대북정책 전환의 입장을 공개 표명하거나 북ㆍ미 뉴욕채널을 통해 공존의사를 직접 전하면 될 것이라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 핵문제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거나 또는 안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적대정책 포기 요구는 회담 복귀 거부를 위해 연막을 치는 것이라고 북한 요구를 일축했다.

외무성 비망록은 특히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한 사과와 취소를 요구했으나 라이스 장관은 “진실을 말했다는 데 추호의 의심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사람이 진실을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사과한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고 단호히 거부했다.

절대적 후원국인 중국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압력을 받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최소한 미국으로부터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한 사과ㆍ취소만큼은 받아내 회담 참가 명분을 살리고 체면을 유지하고 싶었을 것이지만 이마저 거절당한 셈이다.

비망록은 또 6자회담 참가 명분을 달라며 지난해 6월 제3차 6자회담에서 나온 합의, 즉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계조치인 ’동결 대 보상’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 후에도 핵개발을 계속해온 점을 들어 “북한을 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현단계에서 북한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결국 북한은 2.10성명 이후 미국에 요구해 온 △대북적대 정책 철회 및 북ㆍ미 공존의사 천명 △’폭정의 종식’ 발언 사과ㆍ취소 △’동결 대 보상’ 원칙 존중 등을 전부 거절당한 셈이어서 향후에도 강경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며 아울러 6자회담 재개도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자기들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으며 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외무성 비망록은 “미사일 발사 보유에 대해 그 어떤 구속력도 받는 것이 없다”며 미국이 강경정책을 고집하면 또 다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으며, 조선신보는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치외교적 압력이 가해지더라도 핵무기 보유국 조선은 꿈쩍도 안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ㆍ미간의 첨예한 대립 국면이 향후 어떻게 발전될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