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코드방송’과 ‘괴물포털’ 경계령

인간은 제한적 존재이다.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도, 지식을 모을 시간도, 심지어 지식을 담아 놓을 기억의 공간조차 무한하지 않다. 이런 연유로 인간은 모든 일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으려 한다. 급변하는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은 필요한 정보 역시 최소의 비용으로 얻으려 한다. 그 대표적 수단이 TV와 인터넷 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별로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매체에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불순물들이 의도적으로 삽입되고 있다. 사실 중 일부만을 보여 주거나 우리가 알아야 마땅한 내용들은 보여 주지 않기도 하고, 심지어 왜곡까지 서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획을 그을 대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왜곡된 정보로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공영방송’과 국민여론 형성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포털’은 더욱 신중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세태를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정확하게 꼬집는 책이 출판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과 김배균 정치웹진 뉴라이트폴리젠 조직위원장이 공동 저술한 ‘권력 저널리즘의 꽃: 코드 방송, 괴물 포털’이란 책이 바로 그것.

저자는 서문에서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복무할 수 있는 방송과 인터넷 여론의 선진화’를 발간 이유로 밝혔다. 지난 2004년 3월9일부터 5월14일까지 방송사와 신문사의 전직 보도·편집국장, 해설·논설위원, 앵커 등 언론인으로 구성된 언론인포럼이 방송 3사의 탄핵관련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96%가 편향적이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저자는 이를 권력 저널리즘과 코드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권력 저널리즘이란 대통령과 권력집단을 위한 언론을, 코드 저널리즘이란 특정한 사상이념의 색채가 짙게 드러나는 언론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런 류의 저널리즘은 종국엔 편파방송이 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언론노동조합’의 최대주주는 방송3사(KBS·MBC·SBS) 노조이다. 이들이 내는 분담금은 전체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이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언론노조 창립선언문, 성명서, 위원장과 PD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의 코드를 분석했다.

그 대표적 코드로는 친(親)민주노동당, 반(反)한나라당, 반미친북의 저널리즘이다. 저자는 KBS의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 그리고 MBC의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편파방송 사례를 제시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게 ‘시사투나잇’의 사례이다. 지난 2006년 9월부터2달 간 방영된 ‘시사투나잇’의 주제 중 범여권에 유리한 주제는 21회, 한나라당에 유리한 주제는 2회에 그쳐, 무려 10여 배에 가까운 편파성을 보였다. 또한 진행자 멘트, 기자 리포팅, 인터뷰 등에서도 이런 편파성이 반복적으로 확인됐음을 지적했다.

저자는 모니터링 대상에서 민영방송인 SBS를 제외했다. 매체마다 창립 정신이 있고, 혹 편파성을 지니더라도 그에 대한 심판은 궁극적으로 시청자의 몫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저자는 공영으로 운영되는 KBS와 MBC 경우에는 특정한 견해를 가질 수 없음이 당연하며, 시청자와 국민에게 선입견과 편견을 심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고 있다. 편파방송은 특정 정파에 이득을 주는 방송이지 국민의 방송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책은 또, 2006년 지방선거 기간 포털의 정치 게시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 5%가 게시판을 싹쓸이 했다고 분석했다. 4월 3일부터 6월1일(야후는5월6일)까지 네이버, 다음, 야후의 세 개 정치게시판에 오른 글 수는 전체 7만6천여 건이며, 하루 평균 1,800개 정도가 된다. 또한 방문자 수 대비 게시자 비율이 약 1% 수준에 그쳐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이용자가 아주 극소수로 나타났다. 더구나 글의 72.3%에 해당하는 54,693건이 활동상위 5%가 올린 글이라는 점은 더욱 놀랍다. 결국 방문자 수 대비 0.05%의 극소수가 정치 게시판의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인터넷의 주요한 속성인 즉시성과 포퓰리즘 성향은 인터넷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특정 소수세력에게 정략적으로 이용당할 소지가 높음을 우려했다. 과거 효순이 미선이 추모 촛불시위가 대선에 끼친 결정적 영향과 어이없이 확장된 반미여론을 대표적 예로 들었다. 이러한 인터넷 여론형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바로 저자가 ‘괴물’이라 명명한 ‘포털뉴스’이다.

2006년 5월부터 2007년4월까지의 미디어사이트 이용행태를 조사한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체류시간 기준으로 네이버, 다음 등 8대 포털의 뉴스 서비스가 93.76%의 점유율로 조선.중앙.동아닷컴과 한국아이닷컴 등 4대 일간지 사이트의 점유율 4.66%를 압도했다. 결국 수천 만 명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포털뉴스를 근거로 여론을 읽고 확산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포털이 발휘하는 영향력에 비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이 다시 편파적 보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포털은 100여 개의 언론사에서 하루 수천 건에서 1만 건 이상의 뉴스를 공급받고 동시에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뉴스를 어느 페이지와 위치에 어떤 형식과 모양으로 배치할 것인지는 포털이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포털의 자의적인 뉴스 편집이 이루어지는 점을 저자는 지적했다.

2005년 모니터링 결과 포털의 뉴스제목 변경률은 85.4%이며, 비정치 뉴스보다는 정치뉴스의 제목 변경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신문, 방송에서 대서특필된 뉴스가 5대 포털에서는 전혀 취급되지 않는 경우가 발견되었다. 메구미 부친의 방한은 대북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 5대 포털의 메인, 뉴스홈, 많이 본 뉴스에서 전혀 다루어 지지 않았다.

그러나 포털은 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정정과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없다. 이 점은 특정세력들로 하여금 잘못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게 할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결정권자와 제작자의 ‘코드’에 의해 노골적인 편파방송이 자행되고, 인터넷에는 포털이라는 괴물이 만들어 낸 성격 불분명한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제 독자나 시청자들이 직접 좀 더 날카로운 시각으로 언론을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판단은 정확한 정보가 없이는 절대 나올 수 없다. 우리의 공영방송과 인터넷 여론이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정수정/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교육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