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창건일까지 일부 구간 장벽·고압선 설치 끝내려 주민 ‘총동원’

국경 경비 어려운 무인지경에 우선 완공 목표 세워…주민들 매일 10시간씩 현장에 내몰려

북중 접경지역인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국경 전 구간에 걸쳐 장벽과 고압선을 설치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구간의 공사를 노동당 창건일인 10일까지 끝내기 위해 주민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국경 지역 중에서도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지경(無人之境)을 1단계 공사 구간으로 정해 두고 해당 구간의 장벽·고압선 설치를 오는 당 창건일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4일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 당과 내각, 국방성, 국가보위성 공동명의의 지시문을 내려 당 정권기관과 기업소, 보위·사법기관, 군대, 인민반 등을 총동원해 1단계 구간 공사에 투입하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1단계 공사 구간에는 일단 1m씩 장벽이 올려진 상태”라며 “그 위로 1m를 더 쌓아야 하는데, 이건 누구나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국경 연선의 일할 수 있는 노력을 총동원해서 일주일 동안 나머지 장벽을 올리고 전주대(전봇대)와 전깃줄도 다 설치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직별·단위별로 운송 수단을 마련해 매일 아침 주민들을 공사 현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으며, 주민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에 내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북한은 10월 10일까지 국경 전 구간에 2m가 넘는 장벽을 세우고 고압선에는 실제 고압 전류를 흐르게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자재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일단 1단계 구간에 대한 공사만 끝내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국경 경비가 비교적 수월한 2단계 구간도 현재 공사는 진행되고 있는데, 북한은 이 2단계 구간의 완공 시점을 올해 말까지로 제시한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실제 고압이 흐를 수 있게 송전 설비를 보장하는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구간마다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변압기 등은 현재 도마다 자체 재원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 설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도들이 일단 자체로 변대(변압기) 60% 정도를 구했다”며 “이것도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겨우 구한 것인데 위에서는 나머지 변대도 11월 중순까지 무조건 보장하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원래 위에서는 고압선에 흐르는 전기를 국선으로 무조건 연결해서 24시간 보장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마저도 각 도에서 알아서 보장하라고 말을 바꿨다”며 “지금 공장기업소에도 불(전기)이 안 오는데 국경 고압선에 24시간 전기를 보장하라니 4개 도가 다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로써 현재 국경에 파견된 폭풍군단(11군단), 7군단 등 내륙 군부대의 철수 시점도 한층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들 부대는 국경에 설치된 고압선의 정상 가동이 확인된 뒤에야 철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만성적인 전력난에 고압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내륙 군부대의 국경 파견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폭풍군단 지휘부는 국경 파견 전체 인원을 1년에 한 번씩 대대적으로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파견 기간 장기화에 대비한 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7군단은 이미 지난달 30일 전체 파견 인원을 교체해 새로운 인원들로 경비 근무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단계 구간의 장벽·고압선 설치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국경에 꼼짝없이 머물러야 하는 전문 건설부대 군인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은 또 하나의 문젯거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금 건설부대 군인들은 비닐 박막을 기워 지붕을 만들어놓고 반토굴 생활을 하고 있는데, 먹는 게 한심해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제대로 씻지도 못해 옴 같은 피부병에 걸리기도 한다”며 “인민들은 군복만 입었을 뿐이지 생긴 것은 꼭 꽃제비 같다면서 이들을 ‘군대 꽃제비’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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