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 시작…北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드리자”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

9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북한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과 남북관계 개선 문제와 관련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시작됐다. 남과 북의 대표단이 회담장에서 마주앉은 것은 지난 2015년 12월 차관급회담 이후 2년여 만이다.

먼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를 맡은 남측 대표단은 오전 8시 46분께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조 장관은 ‘판문점 오랜만에 온 소감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에 “잘 준비해서 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대표단과 함께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이어 오전 9시 30분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도보로 회담장에 들어왔다.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은 회담에 임하는 소감에 대해 “북남당국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오늘 회담을 진지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잘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조 장관 등 남측 대표단 5명은 평화의집 로비에서 리선권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을 맞이했고, 양측은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등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았다. 특히 리선권은 조 장관에게 “축하합니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후 오전 10시께 조 장관과 리선권이 악수하고 양측 대표단이 미리 마련된 자리에 착석하면서 본격적으로 남북이 회담에 돌입했다.

남측 대표단은 수석대표 조 장관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왼쪽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이 자리했다. 북측 대표단은 리선권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과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이, 왼쪽에는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나란히 앉았다.

리선권은 첫 전체회의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 열망은 비유해서 말하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또 그 강렬함에 의해 북남 고위급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을 잘해서 이번 고위급회담을 주시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는 그런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동시에 상충되긴 합니다만 ‘첫술에, 첫 숟갈에 배부르랴’ 하는 그런 얘기도 있다. 그런 것도 감안해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겠다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 입장에서 저희가 오늘 첫 남북회담에서 아까 말씀하신 민심에 부응하는 좋은 선물을 저희가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리선권은 조 장관의 모두발언 뒤 “우리 측에서는 공개를 해서 실황이 온 민족 전달되면 어떻나 하는 그런 견해“라며 남측에 회의 전체 공개를 제안했다.

리선권의 제안에 조 장관은 “상당한 일리가 있다”면서도 “일단 관례대로 비공개로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기자들과 함께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자 리선권은 “우리 회담을 투명성 있게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비공개로 하다 필요하면 기자들을 다 불러 우리 회담 상황을 알리는 게 좋겠다”며 조 장관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후 남북 대표단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후 대표단은 오전 11시 5분께 전체회의를 종료하고, 오전 11시 30분께부터는 수석대표와 일부대표 몇몇이 접촉에 들어갔다.

한편 앞서 조 장관은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평창올림픽·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여하는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에 임하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회담에 나서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랫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 있었고 새 정부에서 열리는 첫 회담인만큼 내외의 관심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서 치러지도록 하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좋은 첫걸음이 되도록 하고 국민들께서 갖고 있는 기대에 맞춰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회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