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CCTV 작동 안했다” 北 주장 과연 사실인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유력 물증으로 지목됐던 폐쇄회로(CC)TV에 대해 북측이 “사건 당시 작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과연 이 주장이 맞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故) 박왕자씨 피살 사건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방북했던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15일 오후 국내로 귀환하면서 “북측으로부터 사건 당시 CCTV가 가동되고 있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지점 부근의 CCTV 존재 사실이 전날 국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윤 사장도 CCTV를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한 만큼 북측은 박씨 피살사건의 실체를 분명히 알고 싶다는 남측의 뜨거운 여론을 이미 감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 체류기간을 하루 더 연장해서까지 북한에 머물렀던 윤 사장에게 북측은 `당시 CCTV가 안 켜져 있었다’는 단순한 답변만 내놓은 셈이다.

북측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CCTV의 공개 자체를 꺼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만약 실제로 CCTV가 가동되지 않았다면 그 상황 그대로를 윤 사장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이 신뢰성을 얻을 수 있는 방편인데도 북측은 아직까지 공개 여부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2005년 현대아산이 북측과 금강산 해수욕장에 해변마을을 조성하는 데 합의하면서 사업파트너인 명승지개발지도국에 제공한 CCTV는 물체가 움직이면 자동으로 영상을 포착해 녹화ㆍ저장하는 최신식 장비이다.

CCTV가 설치된 철체펜스 너머는 군사지역이어서 감시가 필요한 반면 주변에 관광객들이 많아 위압감을 주는 초병을 배치시키기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북측으로서는 고성능 CCTV를 가동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현장관리 방법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측이 CCTV를 설치해 놓고도 가동을 안했다는 점, 공교롭게도 작동되지 않았던 때가 사건 당일이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윤만준 사장이 방북 후 돌아오는 길에 이번 사건에 대한 남북합동조사 제안을 북측이 또 다시 거부했다고 밝히면서 사건 실체규명 작업도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을수록 CCTV를 공개하라는 요구도 드세질 것으로 보여 북측이 어떻게 남측의 여론에 반응할지 관심이 모아진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