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탈북자 북송…한-중 이상기류

이달 초 중국 공안이 한나라당 의원단의 베이징(北京) 기자회견을 완력으로 봉쇄한 데 이어 이번에는 관례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국군포로 한만택(72)씨를 북송해 양국간 외교마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서울시가 `서울’의 새로운 중국어 표기를 보다 한국 발음에 가까운 `首爾(서우얼)’로 결정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이 오랫동안 `漢城(한청)’이라는 표기를 써왔는데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우리 국민의 대(對) 중국 감정이 악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한만택씨 사건과 관련, “중국 당국이 북한으로 보냈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확인했다.

한씨는 작년 12월26일 북한에서 두만강을 넘어 중국에 도착, 한국에서 건너온 조카와 상봉하기 위해 옌지에 있는 한 호텔에 머물러 있다가 하루 뒤 그 곳을 급습한 중국 공안에게 체포됐다.

그간 한중간에는 문서로 합의한 바는 없지만 국군포로 탈북자의 경우 중국 측이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한국행을 묵인해와 이번처럼 일방적인 북송 강행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은 “행정채널을 통해 한씨가 국군포로 탈북자인 지 여부가 확인이 안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씨가 체포된 이후 현지에서 탈북자 지원단체가 중국 당국을 상대로 그의 신분을 밝혀가며 줄기찬 구명운동을 했고 우리 정부도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그에 응해줄 것을 외교채널을 통해 통보한 점으로 미뤄볼 때 중국 측의 이 같은 해명은 일종의 `핑계’라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탈북자 문제와 관련한 그간의 한중간 암묵적 관례를 깨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경한’ 탈북자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

사실 중국 측은 작년 하반기부터 베이징의 탈북자 집단 은신처를 급습하는가 하면 탈북자 진입을 막기위해 자국내 외국 공관의 경비를 강화하는 등 `강경한’ 탈북자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중국 당국은 앞서 지난 12일에도 공안 요원들을 투입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베이징 창청(長城)호텔 기자회견을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당국의 허가도 없이 예민한 탈북자 문제로 기자회견을 하려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이후 중국 당국은 그런 행동에 대해 사과는 커녕 자국 외교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적법한 조치였다”고 발표하는 등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물리력을 사용한 기자회견 봉쇄에 대해 강도높게 따졌으나 중국 측은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작년에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인해 뜨겁게 타올랐던 반중 정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탈북자 문제와 관련, 서로 다른 입장인 남북한 사이에 낀 중국의 입장을 모를 바는 아니지만 물리력을 동원한 기자회견 봉쇄와 일방적인 국군포로 탈북자 북송은 정도를 넘어선 `무례와 오만’, `무시’라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을 보다 원음에 가깝게 불러달라는 정당한 요구에 대해 중국 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중화주의.대국주의를 바탕으로 한 패권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단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12일 중국 당국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단 기자회견 봉쇄 이후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중국을 성토하는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주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외교통상부가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우호적인 관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여러 문제로 인해 한중관계가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 국회의원 기자회견 봉쇄사건만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중국 측에 항의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한씨 사건도 현재상태로선 해결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선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정책변화가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