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관계개선 대통령 임기내 개선”

현재 한.미관계는 서로에 대한 신뢰부족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앞으로 1~2년 내에 이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2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안보경영연구원이 서울 조선호텔에서 ‘한미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기조발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현재의 문제는 군사적 문제에 이어 경제적인 현안 등에서 한.미 양국 정부 사이의 신뢰부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전문가들은 한.미간 긴장이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의 정책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당면한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호전적인 반응을 우려하며 북한을 동족으로 보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한국이 경제, 인도적 지원 등으로 대북 유화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이 같은 정책적 충돌은 당면한 긴장이자 우려 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한미동맹을 괴롭히는 이 같은 불만(grievance)은 앞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1∼2년 내에는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각자의 개성(personality) 뿐만 아니라 정치적 기반에 힘입은 이념적 좌표에 빠져 있다”며 “두 사람 모두 임기 내에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성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이어 “한.미간에 전술적 변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존재하는 불신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불신은 더욱 악화될 수 있고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및 내년으로 다가온 한.미 대선과 관련, 미국이 한국에 보수정권이 들어서길 기대하고 정책 포커스를 맞추거나 한국이 미국에 민주당 정권을 들어서면 더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한미관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은 하겠지만 미국과 미국의 정책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의 인기를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미국의 경우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경우에도 북한이 핵폐기를 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미국 지도자도 북한을 달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서도 그는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치를 묘사하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며 “동북아 균형자론은 중국과 일본의 분쟁에 편을 들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도와 연관돼 있고 한국의 미래와 잠재적 역할에 대한 의미도 담고 있어 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미동맹이 비틀거리면 양국 모두 손해를 입을 것”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은 지속돼야 하고 단지 한미 군사동맹 뿐 아니라 보다 항구적인 가치와 이해를 기반으로 한 포괄적인 동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스타인버그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현 단계에서는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미간에 북핵 폐기라는 공동의 목적을 공유하고 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한미동맹→북핵문제→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의 역순으로 우선 순위를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과정에서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미국은 북핵 폐기 이후에 평화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와 행동이 북핵 문제를 푸는데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가 이 같은 차이를 해결할 때 현 한미동맹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고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 패널로 참가한 양국 전문가들도 한.미관계가 전환기에 있고 더욱 공고한 동맹을 위해서는 한.미 양국의 지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는 “한미동맹은 지난 80년대 후반이 황금기였고 90년대 초부터 북핵 문제가 확대되면서 분수령을 맞았다”며 “앞으로 한미동맹은 단순히 군사부문을 넘어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 변화된 환경에 대한 한.미 양국의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승주 전 주미대사도 “현재 한미동맹은 와해할 것인지, 아니면 더 강건해질 것인지 변환기에 있다”며 “양국의 리더십을 최대화시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부정적 측면이 있다면 이를 중화, 최소화 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는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불행히도 이견을 좁히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리더가 항상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고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한미관계는 몇 번의 전환기를 겪었지만 다시 한번 전환기에 섰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 측에서 양성철.김경원 전 주미대사, 한승주 전 외교장관,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미 측에서 제임스 레이니.도널드 그레그.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오후에는 북핵문제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문제, 동북아 안보 등에 대한 비공개 토의를 진행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