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북한 유골감정 `날조’ 통고에 격앙

북한이 26일 일본인 납치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라는 일본측의 감정결과가 ‘완전 날조’라는 입장을 일본 정부에 공식 전달, 양국 관계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이같은 강경대처로 일본 정부와 정치권 안에서 대북 경제제재론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2차 방북으로 타개 가능성이 엿보였던 양국 관계가 기로에 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비망록’ 공식 전달 = 북한은 26일 베이징(北京) 북한대사관으로 일본측 당국자를 불러 이틀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던 ‘비망록’을 전달했다. ‘비망록’은 북한이 일본측에 건넸던 납치피해자 물증 감정결과를 ‘완전 날조’로 규정, “날조 진상규명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측은 ‘비망록’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북한측 보도기관의 발표와 북한정부의 진의는 종종 다른 경우가 있다”며 북한측의 공식대응에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측이 ‘비망록’을 공식입장이라며 그대로 건네자 놀라움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카시마 하쓰히사(高島肇久) 외무성 대변인은 “매우 유감”이라며 “평양선언에 따라 양국관계를 진행해야 하는 점에 비춰 매우 비건설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담화를 내 북한측을 비난했다.

◇ 당정 대북 제재론 고조될듯 =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북한의 이번 답변은 도저히 성실한 대응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실한 대응이 없으면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것은 이미 천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카시마 대변인도 대북 경제제재의 발동 여부에 대해 “북한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일관하면 강경한 대응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자민당의 대북 경제제재 시뮬레이션팀은 26일 모임을 갖고 탈북자 지원을 골자로 한 가칭 ‘북한인권법’ 시안을 다음달말까지 마련, 정기국회 회기중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일본 재외공관에 진입하는 탈북자의 보호와 한국 등 제3국으로의 탈북자 출국지원, 탈북관련 단체 지원 등을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체제변동’까지 염두에 둔 법안이다.

◇ 북ㆍ일관계 기로 = 지난해 5월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이후 양국관계는 가장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은 북한의 비망록 전달을 ‘절연통고’라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달 소집된 정기국회 답변에서도 ‘대화와 압력’이라는 기존의 대북정책을 거듭 반복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이즈미 총리를 위시한 대북 대화론자의 설 땅은 좁아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대신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대리 등 당정의 대북 강경파가 경제제재 불가피론을 내세우며 여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납치피해자 가족회의 즉각적인 대북제재 요구와 여론의 반북감정 등도 거세질 전망이다./도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