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핵계획’ 분리 신고 고수하나

▲ 영변 원자로 위성 사진 ⓒ연합뉴스

북핵 신고를 앞두고 미국과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이 ‘기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논의를 분리하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6일 주장했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외에 밝히는 창구 역할을 해온 조선신보는 이날 지난 7월 6자 수석대표회담을 마친 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신고에 대한 북한의 기본입장을 또박또박 설명했다.

조선신보는 당시 김 부상이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완전히 철회하고 신뢰가 조성돼 핵위협을 더는 느끼지 않을 때에 가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할 수 있으며, 현단계에서는 현존 핵계획 포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현존 핵계획 포기’란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는 문제”와 “핵 이전을 하지 않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는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를 앞두고 ‘기존 핵무기’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와 ‘핵계획’을 분리해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매 협상 과정을 단계별로 잘게 잘라 실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북한 특유의 ‘살리미 전술’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현 단계에선 ‘핵불능화-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교역법 적용의 해제’를, 다음 단계에서 ‘핵무기 폐기-경수로 지원’을 연계시킨 협상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수량 뿐 아니라 보관시설, 제조과정 등에 대해서도 성실한 신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5일 “우리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신고는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할 필요가 있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범위의 핵프로그램과 활동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힐 차관보가 언급한 북한측과의 이견이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자신이 아는 한 힐 차관보가 북한측의 핵신고 세부내용까지 협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신보는 5일 힐 차관보의 방북 배경과 관련한 외신보도를 거론하며 그의 방북은 북한과의 이른바 ‘핵 프로그램 신고 담판’이 아니라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미국이 해야 할 일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선신보가 밝힌 북한의 입장대로라면 핵무기를 제외한 현존 핵계획과 관련한 나머지 신고조건에 대해서는 북한도 이행할 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과거 핵활동 내용, 그리고 특히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해서도 신고 목록에 포함시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 다만 문제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고서일지가 문제다.

UEP문제와 관련, 북한은 현재 고강도 알루미늄관은 단거리 로켓탄 부품에 사용했다고 해명하고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개발 의혹은 부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파키스탄에서 구입한 원심분리기의 사용처도 밝혀야 한다.

미국은 북-시리아간 핵커넥션 의혹에 대해 과거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지는 않겠지만 ‘진실 고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베이징 6자회담에 참석한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우리와 시리아와의 핵거래설은 미친 놈들이 만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어 이 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이 그동안 북한의 해명은 미국이 제시해 온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연말까지 제출할 신고서를 통해 북한이 그동안의 의혹을 얼마나 통크게 털고 갈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