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통 외국영화CD 1백만장 넘어”

▲ 북한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KBS 인기드라마 ‘겨울연가’ 한 장면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북한에 유통된 외국영화 및 남한 드라마 VCD(Video Compact Disk)가 최소 1백만장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남한과 외국영화 VCD(북한에서는 알판 또는 시디알이라고 부름)를 유통시켜온 탈북자 최영범(가명·38세) 씨는 “평양뿐 만 아니라 평성, 청진, 함흥, 원산, 신의주를 비롯한 대도시의 시장들에 가면 암거래상들로부터 수백, 수천 종류의 영화와 드라마 CD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씨에 따르면 북한 내 외국영화 CD는 기존에 추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중화 된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북한에서 가장 큰 VCD 거래시장은 평성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성시장에만도 단속을 피해 한국드라마와 외국영화 CD를 파는 장사꾼이 백여명은 족히 넘는다. 한 사람이 적게는 몇 백 장, 많게는 2천 장 이상씩 가지고 있다. 위(당국)에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막을 수 없다. 지금까지 유통된 VCD는 수백만장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에서 유통되는 VCD가 다른 지방보다는 훨씬 더 많다”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홍콩영화, 중반에는 한국 드라마, 최근에는 한국에서 번역한 미국영화들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이나 대도시와 지방의 문화 수준 차이가 커 유행하는 장르는 다르다고 전했다. 남한 드라마 ‘겨울연가’가 평양에서는 고전이 됐지만 지방은 여전한 인기라는 것.

그는 북한사람들 속에서 한국드라마에 대한 열풍이 높아지면서 국경지역의 VCD 상인들이 떼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몇 해 전만 해도 중국에서 넘어온 원가가 북한 돈 150원이었지만 지금은 300원 이상을 호가한다고 했다. VCD가격도 2003년 1장당 900∼1000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500원을 넘어간다고 말했다. 중국상인→도매상→달리기(지역 유통책)→소매상을 거치면서 매 단계 마다 가격이 두 배로 뛴다고 한다.

그는 “재미있는 액션영화나 인기 드라마 같은 경우는 한 장당 2000원에 팔리기도 했다”면서 “꾸준한 인기를 보이는 ‘가을동화’ ‘모래시계’ ‘유리 구두’ 같은 시리즈들은 케이스에 세트로 포장돼 장당 가격이 조금씩 할인된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VCD를 돈을 받고 넘겨준 경우도 많았지만 VCD 플레이어를 팔면서 덤으로 주거나, 중국에서 들여오는 중고 TV를 팔면서 보너스로 준 경우도 많았다”면서 VCD 플레이어의 가격은 3만원 가량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중순경부터 북한에 DVD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VCD보다 화질도 좋고, 용량도 큰 DVD가 유통 된다”고 말했다.

최 씨는 DVD로의 추세변화에 따라 북한의 하나전자합영회사에도 중국산 부속을 가져다가 조립하여 ‘하나전자’의 상표를 달고 DVD 플레이어를 판매한다고 말했다. 북한 상점에 가면 DVD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되는 DVD의 내용은 대부분 북한영화, 북한만화, 구 소련영화, 구 중국영화, 화면반주음악(뮤직비디오) 등”이라면서 그는 “북한 주민들은 북한 내에서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DVD를 보는 것처럼 위장하고는 암시장에서 한국 드라마 CD를 구입하여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입국한 탈북자 임모 씨도 “북한 주민들은 문을 잠그고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누가 찾아오면 한 사람이 문을 열어주는 사이 다른 사람은 드라마 CD를 감추어놓고, 마치도 북한영화를 보고 있었던 것처럼 북한산 CD를 VCD 플레이어에 끼워놓는다”고 말했다.

임 씨는 “보위부원, 보안원들까지도 한국드라마를 보고 웬만한 사람은 다 한국드라마를 몰래 보고 있다. 당국이 아무리 단속을 해도 통제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한 번 이런 문화를 접하면 그것을 끊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지 말라고 해서 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