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승기박사 집안은 “인재 센터”

북한에서 ‘비날론 박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화학자 리승기(1905~1996) 박사의 후손이 여러 분야에서 각자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17일 입수된 북한의 대외 홍보잡지 ‘금수강산’ 최신호(2008.1)는 리 박사의 맏아들이자 김일성종합대학 촉매연구소 실장인 리종과 교수의 집안을 소개하면서 “(그의) 집안은 말 그대로 여러 부문의 인재들이 모인 종합적인 ‘센터’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리승기 박사는 전라남도 담양 출신으로,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 졸업 후 일본 교토대학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하고 ‘합성섬유 1호’인 비날론을 발명했다.

그는 광복 후 서울대 공대 학장을 지내다 6.25전쟁때 월북해 북한 과학원의 화학연구소장과 함흥분원장을 지내며 ‘노력영웅’, ‘인민과학자’ 등의 칭호를 받는 등 최고 과학자의 예우를 받았다.

‘금수강산’에 따르면, 그의 맏아들인 리종과 교수 역시 ‘공훈과학자’로 암모니아 합성가스 정제촉매를 연구하고 화력발전소에 촉매법에 의한 발전기냉각용 수소정제체계를 도입했으며, 항일투쟁 구호가 새겨진 ‘구호나무’ 보존 방법에도 기여하는 등 중견 과학자로 활약하고 있다.

또 리종과 교수의 맏아들 승일씨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연구사, 둘째 아들 명일씨는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딸 옥이씨도 김책공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맏며느리 김유옥씨는 의료부문 재교육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둘째 며느리 김향미씨는 남편과 함께 김책공대 교원으로, 사위 리성호씨는 김일성대학에서 장인과 더불어 교편을 잡고 있다.

여기에 리 교수의 부인 리정숙씨까지 김책공대 출판사에서 “노숙하고 세련된 여류기자”로 일하고 있다고 하니 평양 중구역 련화2동에 자리잡은 리 교수의 집안이 ‘인재 센터’라는 말이 무색치 않다.

잡지는 “각기 부문과 분야가 달라도 가정 모두의 사색과 활동은 최종 목적인 창조로 지향돼 있다”며 리 교수 집안의 “창조적 기풍은 호상성(상호성)과 열성이 동반된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은 화학, 의학, 음악, 교육 등 각자 전공분야가 다르지만 언제나 대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잡지는 “교육자가 창조적인 능력을 가지고 창조적 활동을 할 때에만 후대들도 창조적인 인간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리 교수의 지론이라면서 그의 가정을 “창조를 위한 탐구, 참으로 열정적인 가정”이라고 표현했다.

잡지는 “남조선(남한)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 혈육들이 있는 평범한 이 가정이 민족의 번영을 위해 달고 큰 열매를 안아 오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리승기 박사의 미망인 황의분씨는 2000년 8월 제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북측 최고령자(당시 84세)로 남녘의 올케와 조카들을 만나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