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운 후계체제 불안정”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3남 김정운이 비록 권력을 승계하더라도 그의 지도체제는 굉장히 불안정할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FT는 김정일이 내부 반대파들을 숙청해서 권력승계를 마무리하더라도 김정운은 노동당과 군의 간부들로 구축된 권력집단에 의지해야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벌써 북한 내부에서 김정운에 대한 충성서약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가 아버지 김정일처럼 ‘친애하는 지도자’나 할아버지 김일성 같은 `위대한 수령’이 될 수는 없다는 것.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개인 숭배는 3세대에 걸쳐서 지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숭배를 위해서는 권력(power), 개성(personality), 정책(policy) 세 가지가 필요하지만, 20대 나이에 불과한 김정운에게 이 세 가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때문에 김정운을 향한 개인숭배는 어려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일의 신상에 돌연 변고가 생길 경우 군 원로들과 당 간부들이 중심이 되는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가장 높고, 이러한 체제는 내부 권력투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게 김 박사의 전망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왕성한 군사적 행동은 김정일이 권력승계를 가로막는 내부의 도전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대니얼 핑크스턴 수석연구원은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김정일은 인민들의 충성심을 시험하고 있다. 그는 그런 방면의 전문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1994년 김일성의 사망으로 권력을 물려받기 전까지 30년 동안 정치활동을 했던 김정일과는 대조적으로 김정운은 정치경력이 일천하기 때문에 김정일이 급사할 경우 즉각 권력을 장악하지 못할 수 있다.

김정일은 순조로운 후계계승을 위해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3남의 후견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 체제가 아들로의 권력승계를 용인할 것인가가 커다란 문제”라고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분석가로 활동한 제임스 신은 진단했다.

그는 “김일성이 했던 방식대로 김정일이 권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시나리오를 추진할 경우 김정운의 지지세력 구축은 쉬울 것”이라며 “하지만 그가 일찍 죽게 되면 그만큼 승계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이 급사할 경우 후계자인 김정운에게 대항하는 내부 세력도 등장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정일 체제에서 성장한 군부의 고위 장교들의 성향은 거의 알려진게 없는 상태이다.

통일연구원 최춘흠 박사는 “김정일이 살아 있는 동안은 권력승계가 순조롭겠지만 그가 죽고 나면 북한에는 김정운을 명목상 지도자로 내세우고 군부에 의한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핑크스턴은 김정운의 `정치적 사망’을 예단하는데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김정운은 어리고 지지세력을 구축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장애물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김정일이 무능한 사람이라면 왜 그를 후계자로 지명했겠느냐”고 반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