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중유지원 원하면 핵거래 손떼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5일 “북한은 이번 6자회담에서 협상할 태세가 돼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에너지나 경제적 지원을 원한다면 핵거래(nuclear business)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에 도착,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중유 50만t과 여타 지원을 제공받는 대가로 영변 원자로를 동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아사히 신문 등 일부 보도와 관련,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블룸버그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힐은 또 “문제는 북한이 지난 2005년에 체결한 9.19 공동성명을 완전히 이행할 것이냐 라는 점”이라며 “물론 당시 공동성명에 북한에 대한 경제적, 에너지 지원방안이 포함돼 있지만 최종 목표는 북한이 그 지긋지긋한 핵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은 특히 “이번 6자회담이 1년여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나 열리는 만큼 북한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재개되는 베이징 6자회담을 통해 그간 꾸준히 진행해온 정지작업들을 합의와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실질적으로 착수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 “미국과 북한 모두 이번 회담에서 만큼은 모종의 합의를 성사시키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그러나 “북한이 설사 영변 원자로를 폐쇄한다 해도 최소한 6∼8개 핵무기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따로 비축할 것이라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힐 차관보는 일본 향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핵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라고 전제, “미국은 이번 회담의 부분적 성공을 용인할 수 없고 9.19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원한다”면서 조건부 경수로 제공과 자신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엘 위트 전 미국무부 관리는 NHK와 인터뷰에서 최근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한 고위관리들을 연쇄 접촉한 결과에 대해 언급, “북한은 에너지 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며, 특히 중유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학 과장은 이타르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6자회담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논의를 시작할 조건들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신중한 낙관론을 견지할 만한 근거들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북한언론매체 전문가인 스즈키 노리유키 라디오프레스통신 수석분석가는 “설사 북핵 폐기를 위한 초기조치에 합의한다 해도 북핵 프로그램 해체 완료까지는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면서 “6자회담의 전도는 그야말로 험난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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