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폐쇄 봉인후 중유 주는 게 맞다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북한에 입국함과 동시에 중유 5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15일 밝혔다. “북한의 IAEA 사찰단 방북 허용은 핵시설의 폐쇄•봉인이 확인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핵시설 폐쇄와 봉인 조치는 사찰단이 관련 핵 시설을 조사하고, 관련 시설을 폐쇄 봉인한 후, 이를 공식 발표했을 때 완료된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IAEA사찰단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폐쇄 봉인 완료’를 공식 발표한 시점 이전에 중유를 북한에 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사찰단 방북 허용’ 조치를 ‘핵시설 폐쇄 봉인’ 조치로 간주하자는 무리한 논리를 내세워 중유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조급증은 중유를 빨리 주고 늦게 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조급한 정부의 발표 속에 대북 협상전략의 오류가 함께 녹아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거나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겨왔다. 북한의 그와 같은 행태는 실질적 행동이 뒷받침 되지 않는 북한의 ‘선언’이나 국제사회와의 ‘합의문’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북한은 합의문에 서명해놓고 약속을 어긴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어렵게 만든 ‘합의문’이 북한 정권의 태도나 입장이 달라지는 순간 의미 없는 종이쪽지로 전락하곤 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그 ‘행동’에 따라 상벌을 주는 협상원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향후 협상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은 보상과 지원이 북한의 행동을 강제하는 힘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행동하면 우리도 행동으로 보상하겠지만, 북한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보상도 없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이 경험적으로 체득하게 하려면, 반드시 북한이 행동한 후에 보상해야 한다. 정부의 조급한 중유 지원은 북한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보상의 힘을 스스로 약화시킴으로써 행동대 행동 원칙을 조금씩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

어렵게 얻은 돌파구가 정부의 흥분과 조급함, 애매한 원칙 때문에 제구실을 못할 수도 있다. 냉정하게 2.13 합의대로 하라. 핵시설 폐쇄 봉인 후에 중유를 지원해도 늦지 않다. 아니 그렇게 해야 ‘중유’가 북한의 다음 ‘행동’을 강제하는 힘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