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北, 동·서해 국제항공로 연결 제안

남북이 오는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업무를 개시한다. 사진은 남북연락사무소 청사 전경. /사진=통일부 제공

진행: 지난 한 주간 한반도에서 화제가 됐던 주요 사안을 살펴보는 <한반도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데일리NK 하윤아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16일 남북이 항공 실무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올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은 아닌데, 북측의 전격적인 제안에 따라 열린 것으로 알려집니다. 하 기자, 이번 남북 항공 실무회의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는지 소개해 주시죠?

  • 네. 남북이 도로와 철도 등 땅길에 이어 새로운 하늘길까지 열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지난주 금요일인 16일에 개성공업지구 내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 항공실무회의가 열렸는데요. 관련해서 한국 통일부가 항공회의 개최에 대해 발표를 할 때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우선 현 단계에서 추진 가능한 분야를 착실히 협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설명을 해서 과연 어떤 의제들이 논의될지 상당한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특히 그동안은 주로 판문점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예컨대 철도나 국방, 문화예술, 체육 분야와 관련해 남북 간에 실무적인 협의가 있어왔죠. 그래서 항공과 관련한 최초의 실무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언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진행: 개최 전부터 상당히 주목을 받았던 이번 회의의 결론, 어떻게 나왔나요?

  • 네. 회의 직후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남측 국토교통부 손명수 항공정책실장 등 5명과 북측 민용항공총국 리영선 부총국장 등 5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북측은 남북 간 동·서해 국제항공로 연결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남측은 추후 항공당국 간 회담을 통해 계속 논의해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진행: 북측이 제안했다는 동·서해 국제항공로는 어떤 것인가요?

  • 그러니까 한 마디로 새로운 국제항공로를 만들자는 것인데요. 남북 간 새로운 항로가 개설되면 남북 비행기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비행기도 이 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북측은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항로 노선까지 그려가면서 남측에 제안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항로 개설은 유엔 산하의 전문기구인 국제민항기구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항로를 개설하려는 두 국가가 새로운 항로를 만들자는데 합의하고, 이를 국제민항기구에 알리면, 국제민항기구 측에서 해당 항로에 인접한 국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경우 정식 항로로 기록하게 되는 건데요. 보통 이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는데는 1년 정도가 걸린다고 해요.

진행: 일단은 남북이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는데 큰 틀에서 합의를 했다, 이렇게 보면 되는건가요?

  • 음… 일단 북측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항로 개설에 나서고 있는데, 남측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남북이 새 항로 개설에 합의했다’라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요.

진행: 적극적인 북측에 비해 남측은 새 항로 개설에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 네, 그 이유는 바로 대북제재 때문입니다. 물론 항로 개설 자체가 국제사회가 결의해 이행하고 있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행위는 아니지만, 항로를 개설하고 난 후에 북한 영공을 통과할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새 항로를 이용할 때 북측에 내야 하는 영공통과료, 이것이 대북제재에 위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진행: 항공과 관련된 대북제재 조항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 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에는 북한으로 뭉칫돈, 대량의 현금 덩어리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금액이 흘러들어가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 바로 ‘영공 통과료’입니다. 과거 북측의 영공 통과료는 1회당 한국돈으로 80만원 수준이었다고 해요. 달러로 환산하면 약 700달러, 인민폐로는 5000위안 정도 되는 금액인데요. 그러니까 한 대의 비행기가 북측의 하늘을 통과해서 지나가려면 그 대가로 회당 700달러, 5000위안 가량을 지불해야한다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북측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이런 부분에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남측에서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 만약 북한이 제안한 국제항공로가 신설되면 북한에 꽤 이득이 되겠군요. 그런데 듣기로는 남북 간에 이미 동·서해 국제항공로가 마련돼 있지 않나요?

  • 이번에 북측이 제안한 항로는 기존에 없던 항로지만, 말씀하신 대로 사실 남북 간에는 동해와 서해에 항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항로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라 취한 5·24조치로 끊기고 말았죠. 이 하늘길이 막히면서 북아메리카 대륙 쪽으로 가는 비행기들은 일본 쪽으로 200km 이상 돌아가고 있는데요. 이렇게 돌아가게 되면 비행시간이 1시간가량 늘어나고, 항공사들도 유류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새로운 국제항공로를 신설하게 되면 비행거리도, 비행시간도, 유류비도 줄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진행: 그렇군요. 남북 간에 논의가 구체화되더라도 지금처럼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새 항로 개설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결국은 이 문제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겠죠?

  • 그렇습니다. 어쨌든 이 대북제재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이 돼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이 계속 입장 차를 보이면서 대립하게 되면 남북 정상 간에 합의했던 경제 협력들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논의만 할 뿐, 구체적인 이행에는 속도를 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철도분야에서의 남북 경제협력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가 쉬운데요. 앞서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9월 평양에서 있었던 정상회담에서도 올해 안에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을 개최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실무적으로 진행되는 게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 철도의 통행계획을 승인하는 유엔사측과 아직 협의가 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 그렇습니다. 더욱이 지금 미국에서는 남북 경협사업의 속도를 조절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가 발맞춰 가야 한다, 그러니까 비핵화 협상이 지금 지지부진한데 남북관계만 앞서가지 말라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 한국 통일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 보니,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함께 진전시켜나가기 위해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 이런 면담 결과가 나왔더라고요. 남북관계와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나란히 갈 수 있도록 잘 조율하자는 논의를 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거죠.

진행: 지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에요. 그런 미국에 대해 북한은 계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남북 간 경협을 추진하기가 상당히 어렵겠어요.

  •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대북제재가 풀리면 남북 간에 경제협력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서는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북미 간에 고위급회담을 개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니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이르면 이달 말에 미국 뉴욕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에 고위급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의 판은 깨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이니 앞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갖고 계속 추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진행: 네. 지금까지 하윤아 기자와 함께, 남북 항공 실무회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