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의약품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당국이 고려약(한약)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봉쇄의 장기화로 수입재가 많은 합성의약품이나 수입산 의료품이 고갈되면서 자체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고려약 의존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3일 보건성과 각 도, 시, 군 인민위원회에 내부 인력을 총동원해 고려약 생산에 필요한 약초 재료를 최대한 보장하라는 당중앙위원회 지시가 하달됐다.
구체적으로 창출(삽주의 뿌리 열매, 신장 보호 효과)과 너삼(다년생 초본식물, 소화불량·신경통·간염 등에 처방)을 비롯한 약초를 자체로 마련해서 고려약 생산을 계획대로 집행하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다만 약초 종류 및 계획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는 북한에서 경제 과업 지시나 방침 하달 시 ‘정확히 적시’라는 전통적 관례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사태 장기화로 원료를 대체로 수입했었던 합성의약품 생산공장 가동이 대부분 중단됐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이라면서 “각 지역 특성과 실정에 맞게 고려약을 자체로 생산해 환자를 치료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북한 매체에 공개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자력갱생’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년 새해에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주민 단결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이 노선변화를 예고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지시문을 들여다보면 환자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외부 지원이 아닌 내부적으로 해결하라는 뜻으로, 의료 부분에 자력갱생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양강도 각 지역 인민위원회에서는 지난 4일 공장·기업소 기관장 이상급 간부를 불러 놓고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내달 말까지 성인 1인당 창출, 황기(콩과 식물, 만성피로·식용상실· 빈혈 등에 효과)를 1kg씩 바쳐야 한다는 구체적 과제가 제시됐다고 한다.
또한 “기관 기업소에서 확보한 약초는 지역 또는 지정된 병원이나 제약 공장으로 보내야 하며, 그 결과를 지역 보건 부분 일군(일꾼)들과의 협의하에 보건성에 보고하도록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향후 총화(평가) 작업까지 명확하게 지시했다는 뜻이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2022년 새해 벽두부터 퇴비 생산에 이어 약초 채취에 동원됐다고 볼 수 있다. “비상방역 조치로 지역 간 이동 차단으로 산에도 못 가는데 어떻게 약초를 마련하라는 것이냐” “눈만 뜨면 과제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