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김정일 대변인’ 역할…부끄럽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대형요술(마술)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연합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방북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전직 국가수반 모임인 ‘엘더스(The Elders)’ 회원들과 함께 2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방북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와 식량문제 등을 논의하고 싶다면서 김정일, 김정은과의 면담을 강하게 희망했다.


또 “한국이 현재 북한에 식량지원을 중단한 상태에서 아동, 임산부 등 식량 부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북한 사람들이 있다”며 북한의 식량난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도 했다.


수잔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28일 성명을 발표해 “미국 전직 대통령이 김정일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북한의 굶주림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부정하고 식량 원조를 정권 이익을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 김정일의 잘못인데 현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한 카터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솔티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다.


이어 “카터 전 개통령이 소련에 대한 유화정책으로 냉전을 연장했던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이번 방북은 수백만 명을 죽인 독재자에 대한 유화책”이라면서 “(방북 대신) 북한자유주간에 참석해 김정일 정권의 정치범 수용소와 대학살, 탈북자 대우 등에 대해 배웠다면 그의 시간이 더 유용하게 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7일 사설을 통해 “카터 전 대통령은 평양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북 지원과 직접 대화를 호소했다”고 밝히면서 “그 대가로 이번에는 김정일·김정은과의 사진 촬영 기회를 얻을지 모른다”고 냉소적으로 비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결국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CFR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의 석방 외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디 엘더스 회원들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겠지만 많은 결과가 도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정부 또한 카터의 방북이 개인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대화 국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6일 내외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우리와 여러 가지 대화 채널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제3자 민간인(카터 등)을 통해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순전히 개인적인 방문이고, 어떤 정부와 관련되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28일 서울에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갖는다. 이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