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석의 일기⑬] “일본에서 온 손님”

▲ 일본 양부모에게 온 편지를 읽고 있는 춘석

그러던 어느 날 (틀림없이 3월달이라고 생각된다) 박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불러놓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먼 곳에서 손님이 오신다. 얼마 전에 일본에 사는 조선인 남자가 찾아온 일이 있지. 그 사람의 친구란다. 어떻게 하겠니? 만나 보겠니?”

그러고 보니 1월달 초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때 그 분은 우리들에 관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시고 동정해 주셨습니다. 나중에 “또 오겠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던 게 기억났습니다.

손님은 한밤중에 오셨습니다. 세 사람의 남자였습니다. 한 분은 전부터 알고 지었던 조선족 김 아저씨였는데 그분은 안내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한 분은 젊은 일본 사람이었는데 나와 희선이는 일본사람을 처음 보았습니다. 첫눈에는 우리와 별로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나머지 한 분이 이영화(李英和)선생님이었습니다. 이영화 선생님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조선사람이며 북조선에 유학을 갔던 일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일본에서 대학 교수를 하고 있지만 북조선의 독재정치(국가의 통치권이 한 사람에게 집중 되어있는 정치)를 비판하는 운동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운동조직을 「RENK」라고 하는데 그 말은 ‘북조선 사람들을 구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북조선에서 중국으로 도망 온 사람은 독재정치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려고 온 것이다.”

이 선생님은 대체로 그와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도 희선이도 불안해져서 잠깐동안 가만히 있었습니다.

‘북조선 정치를 비판해도 문제가 없는지? 나는 정치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북조선에서 이러한 말을 했다면 틀림없이 붙잡혀 수용소로 보낼 것이다. 위험한 사람이 아닌가?’

수양 부모에게서 온 편지

이 선생님은 한참동안 이야기하시더니 가방에서 서류 같은 것을 꺼내 우리들에게 보여 주셨습니다.

“이것은 일본에서 가지고 왔다. 너희들에게 보낸 편지다. 일본에서도 너희들을 동정하여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박 선생님께 읽어달라고 해라.”

읽어보니까 대단히 따뜻한 편지였습니다.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우리들을 멀리 떨어져 있는 일본 사람이 마음을 써 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그 후에도 때때로 우리들을 찾아와 주셨습니다. 일본에서 우리들을 지원해 주시는 수양 부모님들의 편지와 여러 가지 선물들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한국에서 구입한 소설책을 잔뜩 가져오신 적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노인과 바다」라는 책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 책은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작은 세계 속에서 살아 왔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수양 부모님들의 편지에는 언제나 우리를 격려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속이거나 배신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데 수양 부모님들은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들을 격려하고 도와주십니다.

그 덕택에 나나 희선이도 세상에 대해 희망을 갖게 되었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The DailyNK 편집부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