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의도와 한국의 대응

지난 17일부터 1주일간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최룡해는 지난해 5월에도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바 있었다. 이번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중국 방문 때와는 달리 상당한 소득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현 주소라는 점에서 북한의 전도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이 최룡해를 러시아에 특사로 파견한 의도에 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석될 수 있다.


첫째,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까지 북한에 냉랭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북한이 ‘기댈 언덕’을 찾아 나섰다고 볼 수 있겠다. 중국까지 포함해서 한국,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해 북한이 “그래도 우리에겐 친구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최룡해가 푸틴 대통령을 접견할 무렵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 절차가 진행됐다. 우리 시각으로 19일 새벽에 표결 결과가 나왔는데 이 시각 이전에 최룡해는 푸틴에게 인권결의안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 결의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가장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는 내용이다.


둘째, 북한이 반미 전선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러시아는 올해 3월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또한 7월의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사건 등을 계기로 미국과 날선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관해 중국과 이해를 함께 하면서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가까이 하려는 북한의 의도는 반미 항미전선을 강화함으로써 ‘김정은의 건강이상설’ 이후 다소 흐트러진 내부결속을 돈독히 할 뿐 아니라 억류했던 미국인 3명의 석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 정부에 대해 모종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셋째, 자신들에게 비핵화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입장을 보여 온 러시아와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도를 지녔을 수 있다. 실제로 환추시바오(環球時報)에 따르면, 지난 19일 러시아 외교부는 이타르타스(ITAR-TASS) 통신에 “최룡해 특사는 러시아 고위 인사들과 평양의 핵 계획 문제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러 간에는 북한의 핵보유국 승인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협조와 6자회담의 조건 없는 재개 방안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컨대 최근에 최룡해가 러시아를 방문했던 의도는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와 함께 미국을 향한 시위성 행보였을 개연성이 크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선언이기도 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줄 수도 있겠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남전략은 더욱 도발적인 형태로 구체화할 개연성이 있다. 유엔에서의 인권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은 4차 핵실험의 강행을 시사하며 심지어는 청와대까지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다. 최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을 방문한 김정은은 “적에 대한 환상은 곧 죽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증오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오히려 한국 국민들에게 더 적절한 어구라고 생각된다.


북한인권결의안의 유엔 총회 상정과 안보리 회부 여부가 다음 달로 잡혀있고, 김정일의 탈상(12월 17일)과 신년 1월 8일 김정은 생일 등 북한의 불가측한 일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대북 안보태세를 더욱 철저히 갖춰 연말연시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북한의 본질과 그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그들에 대해 환상을 지니는 것은 곧 우리의 불행과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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