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국면속 6자회담 유용성 부각

한동안 회자되던 ‘6자회담 무용론’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새삼 6자회담의 ‘끈질긴 생명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03년 8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시작돼 지난해 12월 ‘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담’까지 마친 6자회담이 변화된 여건 속에서 부정적 평가를 딛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보유국으로의 행보를 과시하는 북한과 ‘잘못된 행위에 보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과 관련국들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추후 협상국면이 재개되더라도 과거 6자회담과 같은 형식과 내용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새로운 협상틀에서 새로운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6자회담 무용론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관망하던 북한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2차 핵실험 강행이라는 도발 카드를 꺼내면서 “지난 6년간의 성과가 고작 이런 것이냐”는 비판론을 배경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6자 회담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비판론을 상징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한동안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부가 주창했던 ‘북한을 뺀 5자회담(또는 5자협의)’이나 ‘미국이 5개국을 대표해 북한과 협상하는 방식’ 등이 새로운 협상틀로 부상하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돌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대안 모색 과정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이 재확인됐다는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무엇보다도 6자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의장국 중국의 확고한 의지와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도에 호응하는 결과를 초래할 행동을 자제하려는 다른 관련국들의 행보가 6자회담을 지탱하는 동력이 됐다.

또는 지난 6년간 진행돼온 6자회담의 성과 속에 향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할 내용이 적지 않은 것도 큰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28일 “비록 핵보유국 전략을 노골적으로 구사하는 북한으로 인해 비핵화 3단계(폐쇄-불능화-핵폐기) 논리의 의미가 반감되긴 했지만 6자회담의 최대 성과로 불리는 9.19공동성명의 의미는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의 포기’와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으며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대목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을 상정했을 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현재 대북 정책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전략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제재와 대화의 가능성을 함께 염두에 둔 다양한 정책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비핵화 3단계에서 핵폐기의 내용을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으로 구분하는 것이 새로운 내용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6자회담은 향후 협상이 재개됐을 경우 과거처럼 6개국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방식보다는 ‘일괄타결’을 위한 북.미 양자 협상과 같은 다양한 형식의 협상이 빈번히 진행되는 양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핵보유국간의 대화를 주장할 경우 협상의 양태는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함의를 지니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들도 변화하는 기류를 어느정도 감지하고 있다.

한 고위당국자는 이른바 ‘5자회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회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북한과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서는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확고하게 이행,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향후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경우에 대비해 북한에 제시할 ‘협상수단’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긴 하지만 6자회담의 재개문제는 현재의 대결국면이 고비를 넘기면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며 그때 관련국들의 선택에 따라 변화된 협상틀의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