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PSI 참여 ‘지혜찾기’ 막판 고심

“돌파구를 찾기가 쉬운 게 아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와 관련,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가 ‘지혜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시의적으로 미묘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내에서 PSI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는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이 6일 밤 한국에 들어온다.

지난 달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의 동북아 순방 때도 서울을 찾아 한국의 PSI 참여 확대를 호소했던 조지프 차관의 재 방한은 정부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라이스 장관이 방한했을 당시 미국이 전달했던 ‘한국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메시지의 결과를 그가 확인하려한다는 관측이 나도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조지프 차관의 방한은 PSI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조지프 차관과 만나 우리가 전달할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실제로도 PSI에 대한 외교안보 부처 간 입장은 6일 현재도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외교부와 통일부를 중심으로 PSI 참여 문제를 놓고 시각 차가 존재한다는 후문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명숙 총리가 대독한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PSI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것도 정부 내부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 “정부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지속할 것이며 이들 사업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안보리 결의안을 언급하긴 했지만 두 사업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PSI 문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비껴갔다. 현재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외교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마당에 직접 당사국으로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PSI에 전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SI에 전면 참여하게 되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ㆍ검색이 가능해지고 의심 선박을 나포해 결국 무력 충돌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은 PSI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다 예방 대책 또한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또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참여해 PSI 회원국으로서 구색만 갖춰도 별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난 달 베이징(北京)서 열린 북-미-중 3자 비밀회동 이후 한국의 ‘역할퇴보론’이 제기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는 것도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무적인 측면에서도 PSI에 참여하되 미묘한 역할에는 가담하지 않고 주로 ‘정보교류’에 주력할 경우 우리가 얻을 실익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주도의 PSI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전면 참여쪽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옵서버 수준의 참여를 결정했을 때에도 북측은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면서 강하게 반발했었다.

더욱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로 한 만큼 PSI 정식 참여를 통해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정부가 7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후속조치 차원에서 식량 및 비료지원을 중단, 대북 지렛대를 상당부분 소진한 터라 PSI 정식참여로 북한과 충돌할 경우 향후 6자회담 진행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영향력이 더욱 위축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토론 자체는 더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인 만큼 건설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제사회의 분위기, 그리고 6자회담의 진전상황 등을 감안해 시의성있고 효율적인 대책을 조속히 결정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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