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결의안, 6자회담 변수 안될 듯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차분해 6자회담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 지 촉각을 곤두세웠던 정부 당국이 한 시름 놓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체제전복으로 여기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던 점에 비춰 6자회담 재개를 목전에 두고 채택된 인권결의안이 회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왔었다.

유엔총회에서 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직후 당시 회의장에 있던 김창국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가 한국의 찬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6자회담 두고 봅시다. 어떻게 되나”라고 신경질적으로 대응해 우려감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막상 인권결의안 채택 사흘만인 20일 나온 북한 외무성의 반응은 과거에 비해 수위가 훨씬 낮았다.

우선 형식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으로 외무성 대변인 논평 중 가장 격이 낮았다. 작년 결의안 채택 때 장문의 외무성 담화가 나왔던 것과 확연히 대비됐다.

내용도 “미국과 EU 등 적대세력들이 조작해 낸 인권결의를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치적 모략의 산물로 단호히 전면 배격한다”고 비난했을 뿐 과거 인권문제 거론에 대한 단골 대응메뉴였던 `제도전복을 목표로 한 압살정책’이라는 등의 독설은 없었다. 또 `자위적 억제력’도 운운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채택돼 `면역’이 생긴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대화 분위기를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의중이 엿보인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핵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 백악관에서 `한국전쟁 종식’ 등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긍정적 신호를 던진 상황에서 북한이 굳이 회담 분위기를 험악하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반응 수위로 볼 때 북한도 오랜만에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앞서 남한의 인권결의안 찬성에 대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외무성 대변인의 반응보다 훨씬 격하게 반발해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하지만 6자 회담이 다자간 협상이란 점에서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북한도 한국이 PSI(확산방지구상) 직접 참여를 유보하는 등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과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면서 동시에 `식량권’을 위해 대북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을 감안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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