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제안한 국무장관직을 수락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타임스는 22일 관련 보도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13일 힐러리를 시카고로 초대하면서 시작된 8일간의 어색한 ‘적과의 동거’ 드라마의 최대 분수령은 20일 이뤄진 두 사람 간의 통화였다”고 전했다.
힐러리가 지난주에 국무장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시카고를 방문해 오바마 당선인과 만났을 때 요구한 조건을 오바마 당선자가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13일 두 사람이 시카고에 있는 오바마 당선자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힐러리는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모호해 질 것을 우려하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치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독대’ 권한과 국무부 내 인사권 보장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힐러리의 국무장관 인선 검증과정에서 최대 장애물로 부상한 해외 기부금 수익 등 재산 형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20만 명이 넘는 기부자 목록을 인수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줬다.
이로써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지독한 경선을 치렀던 오바마와 힐러리가 한 배를 타게 됐다.
국무장관은 대통령 승계에서 4번째로 행정부 각료들 가운데 최고위직이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이 되면 미국 역사상 3번째 여성 국무장관이 된다. 이전 여성 국무장관으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현 장관이 있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내정 공식 발표는 추수감사절 이후인 27일경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바마 당선자의 정권인수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바마 당선인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이 경제팀을 공식 발표하기 위해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무장관에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 상무장관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각각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이스너 총재는 미국중앙은행에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이은 2인자로 지난 3월 JP모건이 파산위기에 처한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도록 중재역할을 한 데 이어 9월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보험사인 AIG의 구제를 주도한 인물이다.
오바마 당선자와 같은 47세인 가이스너는 그동안 하버드대학 총장인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폴 폴커 전 FRB 의장과 더불어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들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돼왔다.
가이스너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일어난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재무부 차관을 지낸 금융위기 해결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리처드슨 주지사는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돼온 유력한 히스패닉 정치 지도자로 민주당 대선 후보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한 후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