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外 시료채취’…북핵 최대 복병?

북한이 영변 핵시설 복구 작업을 개시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검증체제’와 관련, 영변 이외 핵시설에서 시료채취 문제를 놓고 막바지 협상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RFA는 5일 전직 미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과 미국은 현재 영변 이외 핵시설에서 시료채취 문제를 놓고 막바지 협상 타결을 시도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방송은 지난달 26일에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실제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협상의 핵심은 시료채취 허용 여부”라고 전한 바 있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성 김 북핵 특사와 함께 중국을 긴급 방문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막판 의견조정을 위한 것이라고 이 전직 관리는 말했다.

미국은 ‘검증체계 구축’ 협상에서 북한에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시료 채취 외에도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사찰,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통한 핵개발, 그리고 핵확산 문제 등에 대한 완전하고도 정확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북한의 핵신고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우선 집중하기로 한 만큼, 미국은 플루토늄 생산의 핵심 시설인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시료채취만 이뤄지면 이를 분석, 과거 핵개발 행적을 낱낱이 밝혀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최근 미국 내 강경파 등이 UEP 및 핵확산 의혹에 대한 검증을 강조하고 있어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한 ‘시료채취’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국제적 기준에 준하는 검증’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의 ‘국제기준’에는 시료채취, 특별사찰, 미신고 시설 접근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신고한 내용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북한 핵활동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검증 기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현장방문, 시료채취 등의 방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핵개발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는 시료 채취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변 외 지역에 대한 ‘시료채취’는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경우 미국의 미 신고 지역의 ‘특별사찰’도 허용해야 한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6일 북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특별사찰’을 지목,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이라크에서처럼 제 마음대로 가택수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며 “일방적으로 사찰하겠다는 것은 교전 일방인 우리만 무장 해제시키려는 강도적 요구”라고 반발했다.

따라서 북한이 핵 사찰단의 핵시설 방문과 북한 핵 과학자 면접 등 ‘둘러보기’ 수준의 검증만 고집하면서 미국과 ‘검증안’에 따른 절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검증 협상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있다. RFA가 인용한 전직관리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서의 ‘시료채취’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미국이 이를 선례 삼아 다른 핵의혹 시설에 대한 ‘시료채취’도 요구할까봐 무척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미국이 다른 지역에서의 시료채취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서의 시료채취를 허용할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개리 새모어 부회장도 “북한은 영변 이외의 지역의 추가 시료채취 문제는 추후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식의 절충안을 제시했다”며 “미국이 핵신고 때 우라늄농축활동 등을 ‘간접시인’방식으로 해결했던 것처럼 ‘시료채취’문제도 북한과 ‘비공개 각서’를 통해 명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도 5일 베이징을 방문하는 힐 차관보가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날 경우에나 가능하다.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검증협상을 비롯한 북핵 불능화도 미국 대선 등에 따라 모멘텀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시간끌기’에다 ‘벼랑끝 전술’을 시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임기 말의 부시 행정부보다는 ‘시간’에 자유로운 김정일 정권으로서는 ‘완화된 검증안’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신고한 내용을 검증하려면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관련 시설에 모두 들어가 시료를 채취하는 등의 활동이 보장돼야한다”며 “북한이 이를 받아 들여야 검증협상이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스스로 보여주는 시설뿐 아니라 IAEA가 임의로 지정한 시설에 대한 ‘긴급사찰’ 등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북한의 요구대로 검증체계가 구축될 경우, 북한은 사전에 다 조치를 취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철저한 검증을 위해서는 ‘시료채취’ 등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IAEA 등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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