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北은 사상전에 매달린다.

▲ 금강산에서 열린 5월 24일 행사 폐회식中

북한은 대남사업에서 역시 ‘사상전'(思想戰) 을 앞세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북한이 유난히 강조하는 ‘우리민족끼리’ 구호도 사상전의 일환이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에게 항상 “남조선과 사상전을 벌여야 한다”고 교육한다.

반면 남한은 경제력이 절대 우월하다. 남한의 시장경제가 북한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류협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이후의 남북관계는 남한이 우월한 경제력을 앞세우면서도 ‘평화를 구걸하는’ 형태로 김정일 정권에 말려든 듯하다.

또 북한의 집요한 사상전 때문에 남한의 친북단체들이 놀아나고 있는 현상이 많이 목격된다. 최근 북한이 6.15공동선언을 앞세우고 ‘우리민족끼리’를 재차 강조하자 남한 주민들은 ‘민족정서’에 마음까지 흔들린다.

북 당국, 막무가내로 대남선전 안해

북한당국의 사상전은 사상교양과 사상투쟁을 포괄한다. 사상의 관점과 사고방식, 사업태도와 사업방법 등 모든 면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사상으로 변화시켜 나간다는 말이다.

대다수 남한주민들은 “이미 다 망한 김일성 사상이 남한에 먹혀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말인 즉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남한주민들에게 막무가내로 김일성 사상을 주입하겠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민족끼리’ 같은 구호를 들고 민족정서를 부추긴다. 이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친북적 경향성을 띠게 된다.

남한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중 무엇이 더 본질적인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김정일 정권과 2천3백만 주민들을 분리해서 생각하지도 못한다. 김정일 독재정권은 교체의 대상이고, 2천3백만 주민들은 남한 국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미래를 같이 개척해야 갈 형제이고 동포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는 남한국민과 북한주민들 사이의 민족주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령독재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서의 민족주의다. 그래서 북한의 ‘우리민족 제일주의’는 ‘김일성민족 제일주의’로 되는 것이다.

전쟁 공포증과 민족정서 부추기기로 사상전

남한이 ‘경제전’으로 북한체제를 변화시키겠다고 하지만, 사실은 김정일 독재정권의 사상이 오히려 남한사회에 먹혀 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북한의 전쟁 공포증 심어주기와 ‘우리민족끼리’라는 대남전략이 그것이다. 김정일이 핵을 개발하여 “너 죽고 나 죽고 전쟁을 한다”고 엄포를 놓으면 겁부터 내는 것이 남한 주민들의 공통된 심리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일부 주민들은 남과 북의 군사력도 남한의 질적 우세를 내세우며 전쟁 억지력을 주장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은 “사람의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먼저 사상으로 전쟁 승리의 결정적 요인을 거머쥐려 한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도 역시 그렇다. 남과 북 온 민족이 합쳐서 우리의 힘으로 통일을 이뤄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통일을 이를 수 없는 기본적인 원인이 북한은 우상화 독재사회이고, 남한은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독재와 민주주의는 서로 상극(相剋)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이해한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의 전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에 동조하는 일부 대학생들을 보면 생각되는 바가 적지 않다. 북한이 남한에 비해 경제적으로 형편없이 뒤졌어도 전쟁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유혹의 간판을 이용하여 독재체제의 살을 찌우려는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 말이다.

남한의 대북 전략부재로 기회비용 너무 치러

지금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90년대 초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북한의 각지 대학들을 방문하여 “남조선 놈들이 경제적으로 우리를 먹어보려고 하고 있다”며 “남조선 놈들을 반드시 타승한다는 필사의 각오를 갖고 대학생들은 과학을 탐구하라!”고 선동하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도 일부 남한의 북한전문가들은 남한이 잘산다는 것을 경제적 지원의 형태로 보여 줘야한다는 무전략의 낮은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경제력의 상실로 어쩔 수 없이 남한과 경제교류를 비롯한 경제특구, 합영회사 등 여러 형태의 협력을 시도하지만 내부에서는 김정일 우상화 체계와 배치되는 경제일군, 기술자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처벌하고 있다.

겉으로는 남한의 경제 교류를 받아들이면서 속으로는 경제 교류와 협력의 유산을 가로채먹기 위한 전술로 활용는데만 혈안이 돼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주민들의 의식이 물질 우선의 가치관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식량과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주민들의 생존경쟁은 남한을 비롯한 국제적인 지원물자를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남한의 경제발전상이 인식되고 자연히 민주주의 정치의 우월성이 전파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가치관이 변하는 만큼,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폭압정치도 비례하여 강화된다. 그 수단이 바로 선군 정치인 것이다.

북한의 전쟁공포증 심기와 사상전, 그리고 남한의 경제전, 이 특수전쟁에서 쌍방 어느 쪽이 승리할지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남한 주민들의 사상도 변하고 있고 북한주민들의 가치관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주의 사상이 승리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그러나 지금 남한의 대북정책과 남한 주민들의 전략 부재의 사고방식으로 너무 많은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 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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