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봄 농사철을 맞아 연일 농사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선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농사준비를 할 영농자재가 부족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탈북자들이 전했다.
봄 농사철을 맞아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모판덮개 제작, 거름 치기 등 농사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농장들에 영농자재가 부족해 ‘도적’들이 성행하면서 주민들 간 불신이 조성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북한 당국이 모판을 씌울 비닐박막과 모판덮개 등 영농자재를 분조단위로 개별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요하고 있지만 자재가 없어 다른 분조의 자재를 훔치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협동농장의 영농자재 공급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현재는 국가 차원의 자재공급보다 도(都)농촌경리위원회와 군(郡)협동농장경영위원회를 위주로 자재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도·군에서 책임지다보니 공급에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자재해결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농장원들은 농사의 대부분을 군량미, 인민군대지원, 수도미 등의 명목으로 징수당하기 때문에 도시 주민들에 비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어 농장원들이 자체로 영농자재를 해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북한은 나라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상기시키면서 농업성→도(都)농촌경영위원회→군(郡)협동농장경영위원회→리(里)농장관리위원회→작업반 등의 순서로 아랫단위에 자체로 자재를 해결할 것을 강요하고 있어 주민들의 고충만 늘어간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국내에 입국한 한 탈북자 김연순(가명) 씨는 “자재를 자체로 해결하는 것은 이젠 일상적인 것으로 됐기 때문에 모판에 씌울 비닐박막이 모자라면 근처 다른 농장의 모판의 박막을 도적질해오는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룻밤 자고나면 모판에 씌웠던 박막이 없어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의심하는 일들이 다반사다”면서 “오늘밤에 1분조 모판에 씌어있던 박막이 내일이면 2분조 모판에 씌워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영농자재를 자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또 다른 탈북자 오진혁(가명) 씨는 “모판 비닐박막을 도적질하러 갔다가 형인 줄 모르고 싸우다 부상을 입히는 일도 있었다”면서 “농장들에서는 자재해결이 우선이기 때문에 해당 포전을 습격한 주민에 대해 처벌보다는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선전하는, ‘도시가 농촌을 돕고, 위 단위가 아래 단위를 돕자’는 말은 선전용 문구에 불구하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내 잔등도 믿지 못하는 세월’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