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영화 만든 새터민

“남한 사람들이 새터민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개선되는 것, 그것만이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목적이자 희망입니다.”
새터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하는 ㈜하나컬쳐 전명호(43) 대표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달 초 탈북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 ‘선택(가제)’의 상영을 앞두고 막바지 영상편집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전 대표는 ‘창조’의 고통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30일 털어놨다.

영화 ‘선택’은 전 대표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국내에서 새터민들의 고뇌와 아픔을 소개한 영화는 많았지만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배우, 스태프까지 모두 새터민이 주축이 돼 영화를 만든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촬영에 들어간 ‘선택’은 북한 국가보위부 간부의 모함으로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부모가 숙청되자 생존을 위해 탈북을 결행한 한 엘리트 여성의 기구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

대북 전문 인터넷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에서 국장급 간부를 지낸 채명민씨가 메가폰을 잡고 국내 공중파 방송국의 프로그램 외주 제작 경험이 있는 PD가 참여했지만 대부분은 영화 경험이 전무한 아마추어들이다.

전 대표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연기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새터민들이지만 영화 속 모든 장면을 실제 모두 경험한 터라 그들의 연기 속에서 오히려 프로 배우들보다 진한 감동과 아픔이 배어나올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가 영화를 통해 탈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로 한 것은 그 스스로 탈북의 고통스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 문제가 개인적인 불운을 넘어 분단된 조국에 사는 한민족 전체의 슬픈 운명과 맞닿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2004년 북한군 장교 출신인 탈북 중개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한국으로 넘어오는 데 성공했지만 그의 부인과 자녀는 이듬해 탈북을 시도하다 발각돼 옥살이했다는 소문이 나돈 뒤 소식이 끊겼다.

채 감독을 포함한 다른 참여자들도 가족을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가슴 속에 아로새긴 채 살아가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면서 난관도 많았으며, 가장 큰 벽은 역시 ‘돈’이었다. 평소 북한 탈북자 문제에 애정을 가진 한 교회 목사가 개인재산을 털어 제작비를 일부 지원했지만 완성도를 갖춘 영화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애초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지 못하고 계획한 분량의 절반에 불과한 48분짜리로 영화를 단축시킨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 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차기 영화로 한국 정착에 성공한 새터민과 실패한 새터민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지를 조명한 새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이번 경험을 발판으로 다음에는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차기작은 국내 유수 영화 투자자의 지원을 받아 일반 극장에서 상영된 최초의 새터민 영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당찬 의지를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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